#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125
진정한 풍경은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중)
누군가의 삶은 누군가에겐 풍경이 된다.
누가 멀리서 나의 삶을 바라보며, 참 멋진 풍경이다, 사진으로 담고 싶다, 느껴주면 좋겠다. 차귀도 불타는 하늘을 담으려 제주를 찾았건만, 새색시처럼 구름 뒤로 숨어버린 일몰. 왜 하필? 내가 온 날에? 그러나, 같은 상황임에도 실망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어떤 사람 하나 내게 풍경이 되어 주었다. 나도 저처럼, 분하고 힘든 상황을 만나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스스로 좋은 풍경이 되리라, 결심한다.
제자리에 있어야 좋은 풍경이다.
어떤 사물이든 있어야 할 곳에 놓여 있을 때 풍경이 되는 법이다. 적절한 장소와 적절한 시간에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동트기 전 새벽길을 쓰는 사람도, 밤을 새워 검독회를 준비하는 사람도, 가장 뜨거운 태양 아래 소금을 말리는 사람도, 머물고 싶은 집을 떠나 출장길을 재촉하는 사람도. 다 아름다운 풍경을 쫓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바깥을 끝내고 돌아갔을 때, 변함없이 아이들과 집을 지켜내고 현관에서 웃어주는 사람.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은 없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