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Aug 01. 2022

싸우면 친구다

# 가장 적다운 적, 그 이름은 친구.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싸운 적이 있거나 내가 한 말 때문에 당신이 열받은 적이 있었는지. 그런 적이 있다면 우린 친구예요. 좋아해서 그런 겁니다. (이석원, '보통의 존재' 중)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라고 아이들에게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어른이 된 뒤에 의견이 달라 말다툼을 했거나 몸싸움까지 했던 사람이 있을 겁니다. 지금 그 사람과 원수가 되었던가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친구가 되어 있을 겁니다. 싸움의 정도가 치열할수록 우정도 더 뜨겁습니다. 의견이 대립되거나, 사람 때문에 화가 나거나, 어떤 식으로든 유쾌하지 않은 관계의 경험이 있다면, 내 마음속에 그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한 번도 삐진 적도 없고, 실망시킨 적도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내 관심 밖에 있는 인물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타인'이라 부릅니다. 가까운 타인쯤 되겠죠. 음... 오늘 누구와 함 싸워볼까요?  



내가 끄덕일 때,


똑같이 끄덕이는 친구는 친구라 할 수 없습니다. 늘 친구의 편에 선다는 건 반드시 옳진 않다는 말입니다. "정직하게 반대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분별 있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이의 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잘것없는 적이 되지는 마라." 스페인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입니다. 누군지 잘 모릅니다. 그래도 보잘것없는 적이 되지 말라는 말은 저에게 울림을 줍니다. 지금껏 살면서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처신해 왔습니다. 남에게도 적이 되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맡게 된 업무의 특성상 때로는 적도 생기고, 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어쩔 수 없다고. 차라리 '보잘것없는 적'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적'이 되어야겠다고. 가장 적다운 '적'이 가장 친구다운 '친구'가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혹시 그런 친구인지요.





싸우면 친구가 됩니다. 그는 싸울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