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속지 말자.
있는 것은 있다. 없는 것은 없다. 없는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놓친다. (레너드 제이콥슨)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말이지만, 어떤 날에는 이 말이 갑자기 나만을 위해 안배된 말이 된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철학개론 시간에 관심 있게 들었던 엘레아학파의 파르메니데스의 주장이다. 有만 존재하고 無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런 심오한 철학적 논쟁을 떠나, 없는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놓치지 말자는 말에 공감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비록 옆에는 없지만 마음으로 존재하는 사람에 충실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내 옆에 있기는 하지만 마음은 딴 데 가고 없는 사람과 옆에도 없고 마음도 있지 않은 사람에게 미련 갖지 말자고 다짐을 한다.
예전에,
'내일은 공짜'라는 우화를 재미있게 읽었다.
어느 이발소에 '내일은 공짜로 이발해 드립니다.'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보는 사람마다 공짜 이발을 하려고 벼르고 있다가 다음날 가서 이발을 했다. 이발을 하고 감사하다고 인사한 후 나오려니까,
"네, 손님. 4,000원만 내시면 됩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손님.
"아니 이발을 공짜로 해 준다고 해서 들어왔는데요?"
"어디 공짜라고 되어 있습니까?"
손님들은 밖에 나가 간판을 보았다.
"여기 공짜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어디 공짜라고 되어 있습니까? 내일이면 공짜로 해드린다고 했죠."
"나는 어제 이 간판을 봤단 말이요."
"그러나 간판은 여전히 내일을 가리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 언제 오면 공짜입니까?"
"내일이오. 오늘은 항상 돈을 받습니다."
"그러면 영원한 내일이니 기대할 수 없군요."
"내일은 당신의 날도 나의 날도 아닙니다. 단지 오늘만이, 지금 이 순간만이 나의 것이요, 당신의 것일 뿐이죠.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을 가장 귀하게 여기고 이 순간에 충실해야 돼요."
(최명길 엮음, '우리 시대의 동화' 중/ 이명수, '철학하는 바보' 중)
이발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며, 그의 말대로 분명히 내일은 공짜가 맞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일이 올 거라 말하고, 아무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언제나 내일이 왔으니까. 하지만 내일은 없다, 오늘만 있을 뿐. 우리의 착각이었다. 존재는 하지만 오지는 않는 것이 바로 내일이다. 내일은 '내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로 오기 때문이다. 내일이란 것이 기다림의 자오선을 넘어서는 순간, 오늘로 변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로 내일은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없는 내일에 사로잡혀, 있는 오늘에 소홀하지 않기를 빈다.
지금보다,
절실한 나중이란 없다고 했다. 나중이란 내일처럼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을 절실하게 살자. 잠든 시간이 아까워 잠을 자지 않는다는 지인의 고민 문자를 받고, 절실한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깊은 잠이 필요하다는 답장을 보내다. 황금, 소금, 지금 그중에 제일은 지금이라 하지 않던가. 남아 있는 시간이 아깝다면 더 절실한 지금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혹시 네모난 폰 속을 기웃거리며 항상 다음을 준비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좋은 습관이지만, 미래 뒤에 숨어서 오늘을 소홀해선 안된다. 사람은 오직 오늘만 살 수 있는 것이다. 어제 속에서도 내일 속에서도 사람이 살지 못한다. 어제를 매달고 오늘을 사는 사람이 될 것인가. 내일을 끌어안고 오늘을 사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오로지 오늘을 사는 사람이 될 것인가. 누가 더 귀한 인생을 사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