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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Aug 29. 2022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 치열하게 인생을 살던 생선은 없었다.


마른번개가 쳤다.  12시 방향이었다.  너는 너의 인생을 읽어보았느냐.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어보았느냐.  (이문재, '천둥' 중)



더운 여름,


땀 먹은 타월처럼 의욕을 잃고 늘어져 있을 때. 도약을 위한 움츠림이라고 변명하고 싶어 진다. 잠시 모진 바람을 피해 멈추어 있을 뿐이라 말하고 싶기도 하다. 긴 멈춤은 정착이 되는 것이다. 꼴찌면 뭐 어떤가. 어쩌면 쉰다는 것은 아주 느리게 걷는 것이 아닐는지. 느리게 간다는 것은 자주 쉬면서 가는 걸 말할 것이다. 잠깐씩 멈추었다가 가는 것이지, 아예 멈추는 것, 즉 '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는 나의 인생을 몇 번이나 읽어보았을까. 느리더라도 속도에 개의치 않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자고 또 다짐한다.



늘어지는


뱃살처럼 삶의 결의도 늘어진 것이 아닌지. 이렇게 느슨하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나처럼 그렇게 살다 좌판에 누워 있는 생선과 눈이 마주쳤다.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인생을 살던 생선은 하나도 없었다. 느리게 사는 것과 늘어지게 사는 것은 같지 않을 것이다. 쉬어 가라고 했지, 쉬기만 하라고 하지 않았다. 빠름 가운데 느림이 있고, 성취 다음에 쉼이 있는 것이다. 잡히고 나서도 드러누워만 있는 생선들과 잘 때 외에는 앉지도 눕지도 않는 상인들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정말로


마른번개가 쳤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인생을 이렇게 늘어져서 살면 되지 않으리. 여름 장마 속 드러누운 풀처럼 이렇게 안이하게 살면 되지 않으리. 느림과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만 했지, 게으름과 여유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 게으름은 피곤하기 전에 쉬는 안 좋은 습관이고, 여유는 피곤한 가운데 숨을 고르며 내일을 준비하는 좋은 습관이다. 둘 다 느림과 쉼의 형태를 띠지만, 여유는 일 속에서, 게으름은 일 밖에서 찾는다는 차이가 있다. 또 게으름은 쉬면서도 마음이 불편하지만, 여유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구별된다. 수산시장 좌판 위 생선처럼 늘어져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게으름인지 여유인지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절실함,

 

요즘 나에게서 그 절실함이 보이지 않는다. 일을 할 때나, 글을 쓸 때나, 사람을 만날 때나. 비어있거나 부족하지 않으면 절실해지지 않는 법인가. 아, 결핍 없이도 절실할 수 있다면... 좋겠다.





현대화 이전의 노량진 수산시장,  삶의 허기를 느낀 이들이 찾아와 펄펄 뛰는 날것의 삶을 배워 가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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