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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21. 2022

잘못 알고 있던 말

# 검소와 절제


진정으로 검소한 살림살이는 허비가 전혀 없도록 모든 자투리를 줍는 기술이다. 여기서 자투리란 물건의 자투리뿐 아니라 시간의 자투리 또한 의미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제아무리 사소한 쓰임새라도 쓰임새가 있는 한은 버려서는 안 된다. (리디아 마리아 차일드 부인, 1835년, '미국의 검소한 주부' 중)



내가 


잘못 알고 있던 말. '아낀다'는 말은 아껴두고 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아낌없이 쓴다는 말. '검소'라는 말도 마찬가지, 돈이나 무엇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할 용도에 맞게 아낌없이 쓰는 것. 따라서 검소하게 하루를 산다는 것의 의미도,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할 때 제대로 시간을 쓰는 것. 자투리 시간이 남았다고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짧은 틈을 알뜰히 요긴하게 다 소비하는 것. 물 한 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나는 오늘 검소하게 살고 있는지? 내게 주어진 자원들을 인생을 위해 온전히 소비하고 있는지.




'절제'란 말도 그렇다. 심리학에서 '절제'란 하지 않는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도 그만둘 줄 아는 힘, 귀찮고 힘들어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말하는 거라 한다. 사는 일이 재미없어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살려면, 하는 일이 귀찮고 힘들어도 입에 풀칠하려면, 만나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만나려면, 모두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절제'란 정도에 맞게 조절하고 제한하는 것.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처한 나를 제어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지금 절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





화가의 작업실로 쓰였다는 검소해 보이는 집, 월출산 조망과 그 아래 넓은 뜰과 차밭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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