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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Sep 01. 2022

나오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숲을 나와야 숲이 보이고, 산을 나와야 산이 보인다.


강의 물고기들이 회의를 열었습니다.

"우리들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물을 본 일이 없다. 그래서 물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조차 모른다."

영리한 물고기가 말했습니다.

"바다에는 아주 총명하고 학문이 높은 물고기가 있어. 무엇이든 다 알고 있다고. 우리 모두 그를 찾아가 물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리고 바다에는 물이 많다고 하니까 물 구경도 하고 말이야."

물고기들은 그 총명한 물고기가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그 총명한 물고기는 찾아온 물고기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이 물을 알지 못하는 것은 그대들이 물속에 살고 있으며 물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야. 마치 인간들이 신 속에 살고 신에 의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야."

(최명길 엮음, '우리 시대의 동화' 중 / 톨스토이, '인생독본' 중)



살다 보면,


문제의 중심에서 아무리 허덕여도 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시 문제에서 발을 빼야 한다. 산에서 나와야 산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문제 밖에서 바라보면... 산이 보인다. 이미 문제를 빠져나왔으므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래 이런 것이다. 숲을 나와야 숲이 보이고, 산을 나와야 산이 보이는 거다. 일 속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있는 일의 모습이 보인다. 속도도 그렇다. 급물살 같은 상황 속에선 모든 일이 시급하고 중요하겠지만, 물살을 빠져나와 관망하면 상황은 아주 느리거나 안정적으로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의 신념이나 가치관으로 포장된 편견에 사로잡히기 쉬운 존재이다. 실재를 잘못 인식하고 있지 않은지, 무엇에 깊이 빠져있지 않은지를 점검해야 한다내가 어디에 있는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알아채는 것이 바로 '지혜'가 아닐까.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도, 내가 나에게서 빠져나오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에게서 빠져나와 나와 함께 있는 것들에 대하여 차분히 바라보는 일. 아, 나는 참 많은 것을 가졌구나! 그리하여 나와 함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감사를 깨닫는다면, 그것만으로 족하지 않을까. 





마음 비우고 산을 빠져나오자, 비로소 마이산이 'My-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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