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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Oct 19. 2023

따뜻한 사람이기를

# 따뜻함이 들어 있는



여름이 말도 없이 갔다. 후임으로 가을이 올 줄 알았는데 겨울이 왔다


지금껏 '따뜻한 사람'이기를 노력해 왔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따뜻했는지는 그닥 자신이 없다. 따뜻함이란 상대적인 개념이라 다른 사람보다 따뜻한 정도였지, 혼자서도 뜨거울 정도로 인생을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를 갖추기보다 핫팩처럼 따뜻한 마음을 품고 사는 것이 더 필요하겠다. 


따뜻한 혼자들이 모여 훈훈한 세상을 만드는 거란 말, 공감이 간다. 사는 일이 추울수록 나 혼자라도 '따뜻함'을 잃지 말아야지, 결심한다.



아무리 바람 불지 않는 삶은 없다지만, 정말 이겨내기 힘든 바람이 불 때가 있다. 


서로를 껴안고 바람을 견뎌내는 보리처럼 우리도 서로를 의지하며 바람에 맞서 왔을 뿐인데, 극복하기 힘든 바람이 분다. 흔들리면서 사는 거라고, 그럴수록 단단한 뿌리내리고 살아 보자고, 우리끼리 말을 하지만 우리는 안다. 내부에서 부는 바람은 정말 참기 힘들다는 것을. 그 어떤 폭풍이라도 밖에 나가 대항할 수 있지만, 믿었던 사람 친한 사람에게서 부는 바람은 우리의 면역체계 전부를 무너뜨린다는 것을. 약해지지 말자고 다짐해 보아도, 건조한 얼굴로 낙엽처럼 바스락거리고 있다는 것을.



전화를 받을 때 엄청 씩씩하고 시원시원했던 직원을 기억한다. 


대답은 항상 우렁찼고, 밝고 큰소리로 먼저 인사하는 그에겐 우호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시골에 있던 그가 여의도에 자리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감'이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나 자신을 담으려는 마음. 나에게는 이상하게 사람이 안 모여. 인덕이 없나 봐. 이러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 어둡고 인상 쓰는 사람 곁에 가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생각 없는 친절, 영혼 없는 웃음, 수동적 걸음걸이, 기운 없는 악수... 이런 것들에 과연 사람들이 끌릴까? 


사람들은 나의 말과 행동 속에서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 밝고, 씩씩하고, 무언가 부탁하면 바로 들어줄 것 같이 활짝 웃고 있는 '나' 말이다. 짜증과 주름살과 건드리면 터질 것 같아 무서운 '나' 말고. 


추운 바람보다 따뜻한 햇살을 만나야 나그네가 옷을 벗는 것이다. 자, 포근한 웃음과 밝은 목소리로 나그네를 불러 보자. 따뜻한 사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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