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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Feb 06. 2023

뒷짐을 지는 이유

# 인생의 내리막길


젊음은 찬란한 매혹이지만 젊다는 것만으로 아름다움이 획득되는 경우를 나는 별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한 인간을 뿌리부터 송두리째 공명 시키는 아름다움은 거의 언제나 잘 늙어가는 육체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김선우, '김선우의 사물들' 중)



누가 그랬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앞으로 걸으려고 한다고. 그것은 그때가 인생의 오르막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늙어서도 여전히 앞으로만 걸으려 하면 안 된다고. 이제는 인생의 내리막길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러다간 넘어지고 말 거라고. 마흔이 넘었을 때였던가? 나도 모르게 뒷짐을 지는 버릇이 생겼던 때가. 혹시 자기도 모르게 뒷짐을 지고 걷는다면, 인생의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증거임을 알기 바란다. 이제는 잘 늙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름답고 고운 늙음은 애써 준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과업이다. 잘 늙어가는 육체, 잘 늙어가는 마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잘 늙어가는 몸이다. 사람들은 노화에 기인한 갱년기 우울증이나 마음의 건강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정작 중요한 것은 건강한 마음을 담을 건강한 몸뚱이인데.



김영하 작가는


소년이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은 늙어 늙은 소년이 되고, 소녀도 늙어 늙은 소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소년과 소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단지 모습이 늙어 보일 뿐인 것이다. 나도 어르신이나 할아버지라는 말보다 늙은 소년이란 말이 더 마음에 든다. 어쩌면, 노인들의 허리가 굽는 것은 그들이 짊어졌던 시간의 무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많던 시간들이 짐으로 쌓여 똑바로 들고 있기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뒷짐을 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리라. 앞짐으로는 시간의 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뒷짐도 지지 못한다.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오십견은 아니고 '석회화'란다. 어깨가 화석이 되는 흔한 증상이란다. 닳고 닳아서 돌처럼 굳었다는 거다. 이것 때문에 뒷짐은 불가능한 몸짓이 되었다.



해결책은,


두 가지가 있다. 이제 그만 시간의 무게를 내려놓는 일과 그 무게를 감당할만한 튼실한 몸뚱이를 만드는 일. 그래, 더 이상 세월의 짐을 짊어지려 애쓰지 말고 그냥 툴툴 던져버리자. 그래도 된다. 욕심이든 꿈이든 고백이든 사랑이든, 미움이든 물질이든 사념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어깨가 아프다고 했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나이 든 의사가 말했다.


"그냥 매달리세요. 그러면 해결됩니다."






도대체 어디에 매달리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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