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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14. 2022

아파하는 딸에게

# 세상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


상처를 입으면 널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가거라. 널 비난하지도, 섣불리 충고하지도 않는, 네 아픔을 함께해줄 사람 곁으로. (대니얼 고틀립, '샘에게 보내는 편지' 중)



딸아 미안... 


우린 무탈하게 잘 지내는 줄 알았다. 혼자 아파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자기만의 그림을 찾는 것, 자기만의 세계를 갖는다는 건 고통 없이 얻어지지 않는단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내 편을 들어주지 않기도 하지. 손쉽게 비난하기도 하고, 함부로 충고하기도 한단다. 세상에는 내 맘과 같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지. 내 마음과 같은 이는 나 자신밖에 없단다. 타인의 평가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딸아. 


앞에서 살살거리면서 뒤에선 그림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 때문에 속상할 필요가 없단다. 네가 그린 그림은 그들보다 백 보는 앞서 있단다. 진정한 예술가는 스스로 붓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는 사람이란다. 그럴 땐 진정한 예술가의 삶을 결심하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비난이란 브레이크 페달이 아니라 액셀레이터 페달과 같은 거란다. 비난을 동력 삼아 앞으로 달려 나가렴. 그림이 너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시 전력질주를 멈추고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지렴. 널 비난하지도, 섣불리 충고하지도 않는 가족들과 함께 있으렴. 진주를 간직하고 있는 것은 상처 입은 조개이듯이, 결국 독창성이란 아픔이 아문 상처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렴.



그리고 딸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도 된단다. 억지로 아프지 않은 척, 씩씩한 척하지 않아도 되는 거란다. 특히 가족한테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아도 된단다. 몸의 상처든 마음의 상처든 아픔을 나눌수록 빨리 아무는 거란다. 네가 아프다고 솔직히 말하는 순간, 혼자 삭일 때보다 빨리 그리고 더 쉽게 상처 부위에 딱지가 앉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힘들면 힘들다 말을 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달라 말을 했으면 좋겠구나.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사람이란다. 그런 용기는 내가 나를 버리지 않고 있어야 나오는 거거든. 자기 자신에 대하여 한 톨의 사랑이라도 들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란다. 명심하렴.



사랑하는 딸아, 아플 때 우리를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맙다.






딸 그림, 인어공주의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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