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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an 13. 2023

생각하는 사람

# 돌멩이와 책갈피


나도 다음 세대엔 돌로 태어나렵니다. 한 번 앉으면 한 생각으로 몇 백 년을 넘나드는 그런 돌로 태어나렵니다. 생각하는 사람 조각 앞에서, 생각 안 하는 사람들이 돌처럼 서서 구경합니다. (송호일, '생각하는 사람' 중) 



"사진 찍고, 마음 쓰고, 오래 생각합니다."


짧지만 저의 브런치 작가 소개 글입니다. 사진으로 세상을 찍고, 거기에 마음을 쓰고, 한 발 물러나 오래도록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 어떤 이로움을 주었는지.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처럼 저도 오래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돌처럼... 묵직하게, 진득하게, 꾸준하게 그리고 엔간하게. 미련해 보일 정도로 같은 자리를 지키는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직하게 나의 길을 가다 보면, 부수적인 것들은 제 발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쫓아가면 달아나는 행복 같은 것들 말입니다. 


오래 생각해 보니 알겠습니다. 우리가 터득해야 할 기술은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사랑은 무지개와 같아서 다가가면 멀어지고, 가만히 있으면 저만치에서 웃는다는 것을. 딱 그만큼의 거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상대가 나와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고, 나와 다름을 존중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사이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thank'의 어원이 'think'라고 합니다. 생각이 있어야 감사도 있다는 거겠지요. 무엇을 감사해야 하는지, 왜 범사에 감사하라고 하는지 깊이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생각의 깊이만큼 감사도 깊어지니까요. 


책을 읽다가 끈이 달린 책갈피를 그 지점에 끼워 둡니다. 우리는 책갈피를 통해 어디까지 책을 읽었는지 알게 됩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책갈피가 그 자리를 지키며 나 대신 생각해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없다고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있으면 편안해지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존재감도 고마움도 못 느끼는. 그러나 문득, '아 그렇게 있어 주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사람. 이후로 그 사람을 볼 때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드는 사람. 그렇습니다. 생각을 해야 감사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돌처럼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책갈피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월이 유수처럼 흘러도 그 자리에서 천 년 넘게 생각하고 있는 돌멩이, 그는 세상 쫓아 흐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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