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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an 09. 2023

꿀벌의 글쓰기

# 재능이 아니라 본능


꿀벌은 몸통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는 제대로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꿀벌은 자기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당연히 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날갯짓을 함으로써 정말로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얼마나 신빙성 있는 말인지 모르지만,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꿀벌의 무지와 같은 것이다. ... 그러나 나는 꿀벌과 같이 그냥 무심히 날갯짓을 한다. 그러므로 나의 글은 재능이 아니라 본능이다. 그래서 머릿속에 있는 말보다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고르지도, 다듬지도 않고 생긴 그대로 투박한 글로 옮긴다. (장영희, '내 생애 단 한 번' 서문 중) 



나 역시,


글쓰기에 비록 재능은 없지만, 본능은 있을 거라 자위하며 글을 쓴다.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열심히 꿀벌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일취월장- 날아오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재능보다 '본능'이란 말에 위안을 받는다. 나의 글쓰기 또한, 어떤 생물체가 태어난 후에 경험이나 교육에 의하지 않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억누를  없는 감정이나 충동에 기인한 몸짓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계획하는 것도 글쓰기가 아니고, 책을 요약하는 것도 글쓰기가 아니고, 자료를 조사하는 것도 글쓰기가 아니고, 내가 무엇을 하는지를 얘기하는 것도 글쓰기가 아니라 그랬다. 글쓰기는 실제로 글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글쓰기의 비결은 “다문(多聞), 다독(多讀), 다상량(多商量)”에 있다고 하지만.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것 외에 왕도는 없다고 송나라 문장가 구양수가 말했다지만. 그저 많이 쓰는 것, 끊임없이 계속하여 쓰는 것 외에 다른 비결은 없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개망초꽃


사이를 비행하는 꿀벌의 날갯짓이 사진에 찍혔다. 의식하고 찍는 재능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누른 본능 덕분에 가능했으리. 무슨 일이든 계속하다 보면 뭐가 되는 때가 온다. 글의 배경으로 쓸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때로는 글이 사진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사진이나 글쓰기에 비록 재능은 없지만 본능은 있을 거라 위로하며 하던 일을 계속한다. 손이나 눈이 아니라 마음을 도구로 삼아. 





노력한다고 항상 성공할 수는 없어도, 성공한 사람은 모두 노력했다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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