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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Feb 20. 2023

흔들리지 말고

# 차라리 흔들며 살기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흔들려야 중심이 생기고, 흔들려야 살아 있는 것 같은, 그래서 자꾸 흔들어댈 수밖에 없는, 흔들려야 하는 것들 그 중심은 어떨까. (장대송, '흔들리는 것들' 중)



흔들리니까 사람이지, 


흔들리지 않고 미동도 없이 있는 건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산 사람은 아니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려 해도, 지구는 제 몸을 흔들며 태양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걸. 달은 또 우리를 잡아당겼다 놓았다 밀당을 반복하고. 결국 가만히 있어도 가만히 있는 게 아니란 거다. 생각해 보면, 흔들리지 않으려고 버스 손잡이를 움켜쥐는 내가 우습다. 지구는 23시간 56분 4초마다 회전하며 초당 29.8km의 속도로 움직이는데 말이다. 흔들리는 버스에선 흔들려 주어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건가. 세상살이도 그러하다는 것일까. 덜컹! 조금 흔들린다고 힘들어하거나 놀라지 말자. 몸이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특히, 이 지구 안에선 없다. 



윤동주 시인은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는 거라 했다. 바람 때문에 나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흔들리기 때문에 바람이 부는 거란다. 영화에서도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이 등장하면 언제나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 집에서 화를 내고 출근한 날이면, 어김없이 사무실에서 화를 주거나 받는 일이 생겼던 것처럼. 흔들리지 않으려면 바람의 속성을 알 필요가 있을 것이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상승하게 되고, 그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차가운 공기가 이동하게 되는데, 이것을 바람이라 한다. 화가 나 있거나 가슴속에 불이 나 있으면, 우리에게 바람이 불게 되고 결국 흔들리는 것이다. 그럴 땐 잠시 일손을 놓고, 깊은숨 들이켜 가슴속 열기를 식혀야 한다. 느릿느릿 바깥을 걷는 것도 좋겠고, 나무들을 찾아가 포옹해도 좋겠다. 우리 이제 흔들리지 말자. 내가 흔들리면 바람이 부니까. 



꼿꼿한 나무도


제 몸을 흔들며 바람을 지나 보낸다. 지금 마음의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는 것도.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도. 모든 흔들림의 이유는 올바른 방향을 잡기 위한 절차라 생각하자. 흔들림을 즐기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되자. 잔가지 몇 개 흔들려 주며 씩 웃는 나무처럼 살자. 아니면 흔들리지 말고 차라리 흔들며 살자.






내가 흔들리지 않아도 세상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그런 경우가 더 많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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