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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Feb 22. 2023

서투른 노동자의 장비빨

# 라미 알스타 그라파이트 26




음.


내가 좋은 도구를 쥔 그 서투른 노동자는 아닌지? 맞다, 서투른 노동자다. 그렇지만 좋은 도구의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노동자다. 도구의 위해성을 항상 경계하면서 안전수칙을 지키려는 초보 노동자다. 나는 서투른 노동자일수록 더 좋은 장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도구나 장비에 대한 집착이 많아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농막을 지어보고 알게 되었다. 구조목을 재단하고, 피스를 박고, 배관을 잇고, 전선을 연결하고, 폼을 쏘고, 각파이프를 절단하고. 머리만 쓰느라 굳어질 대로 굳어버린 몸뚱이로 생전 처음해 보는 낯선 노동. 그 설레는 일을 시작하는 초보 일꾼에게 좋은 도구는 얼마나 신세계였던지. 노동에 드는 시간과 품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결과물의 퀄리티를 어느 정도 담보해 주는 좋은 도구. 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지.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장비빨이 최고라 생각한다.


세상 살아가는 일에도 마찬가지. 서투른 노동자들끼리 함께 거들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도구가 되어 주는. 그런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고, 나 역시 그들에게 좋은 도구를 자처하는. 장비빨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인생 잘 지었으면. 


서투른 노동자의 소망이다.






* 라미(LAMY) 알스타 그라파이트 26 - A 스틸닙


  산화피막 알루미늄 바디가 경쾌한 필기감을 준다는데 글쎄다. F촉을 빼내고 별도 구매한 A촉을 장착, A촉은 F보다 굵고 M보다 가늘다. 역삼각형 그립감이 주는 안정감과 자신감이 독일 라미사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사각이는 느낌은 아니고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놈을 억지로 밀고 가는 필감이다. 곡선형 글씨보다 직선형 글씨를 쓰기에 적합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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