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펠리칸 M150 블랙
그래, 밤이 있으면 낮이 있지.
아니, 낮이 있으면 밤이 있는 거겠지.
놀란 건,
일 년 중 낮의 길이와 밤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래,
거저 얻어지는 보상은 없지.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이.
벌써 10일째,
또렷하게 앞을 보지 못하고 있다.
큰일이다, 미리 써 놓은 글도 동이 났는데.
재발성각막미란.
현대인이 피해야 할 최악의 질병 중 하나.
아침에 눈을 뜨는 사소한 행위가 사상 최악의 일이 되고.
상처 입은 각막이 눈꺼풀에 딸려 올라가,
찢어지기를 반복하고.
변변한 치료법도 없다.
보호렌즈를 찢어진 각막 위에 씌우고,
그저 시간의 치유력으로 각막의 회복을 기다리는 일뿐.
바늘로 벌집처럼 찔러
각막의 재생을 유도하는 방법도 소용없었다.
급하면,
진통제 처방을 받아
억지로 눈을 뜨고 작업을 하는 수밖에.
눈 대신에 밝아진 소리를 이용하여
앞을 보는 방법이 있다면 모를까.
그냥 눈 감고 아무것도 보지 않는 수밖에,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한다.
기계도 많이 쓰면 그 부위가 고장이 난다.
사람도 그런 모양이다.
눈이 고장 난 건 눈을 많이 써서 그런 것이고,
팔이 아픈 건 팔을 많이 써서 그런 것이고,
다리가 욱신거리는 건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이다.
마음이 아픈 것도 그런 거겠지.
마음도 적당히 쓰며 살아야 한다.
쓴 만큼 쉬어야 한다.
뜬 만큼 감아야 한다.
깬 만큼 잠자야 한다.
이 당연한 섭리를 까먹다니 병을 얻어도 싸다.
운 만큼 웃어야 한다.
쉰 만큼 일해야 한다.
잔 만큼 깨어야 한다.
이것도 역시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섭리를 따르며 살자.
* 펠리칸 M150 블랙 - F 스틸닙
지금은 단종되었다. 이제는 M200부터 시작해서 M1000 모델까지 나온다. 모델 숫자가 클수록 펜이 굵다는 뜻이다. 단종되었다길래 굳이 구했다. 가벼운 플렉시 유리 소재의 몸통이라 손목의 피로감을 낮추어 주며, 피스톤 필러 방식이라 많은 양의 잉크를 담을 수 있다고 그런다. 펠리칸 부리 모양의 클립이 펠리칸의 심벌. 금닙 못지 않게 잘 미끄러지며 종이를 가볍게 긁는 듯한 서걱임에 기분이 좋아지는 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