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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r 29. 2023

저지르기의 정당화

# 라미(LAMY) 사파리 - Z59 Cursive Nib




스텔스 차박을 하겠다고,

올뉴카니발 중고를 구입하여 자작에 들어갔다.


아내는 제발 그만 좀 저지르라고, 

나중을 위해 돈 좀 아끼라고 성화지만,

이미 저지르기는 나의 취미가 되었는데 어쩔.


신중을 가장한 망설임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야 해.

시기의 차이일 뿐,

결국에는 같은 결정을 해야만 하지.

감당해야 할 인내의 시간만 늘어났을 뿐,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달라진 게 없는 거라고.


그거 알아?

일회용 반창고를 뗄 때 아프지 않게 떼는 방법은,

과감하게 한 번에 확 떼는 거야.

신중하게 망설인다고 떼내지 않는 게 아니란 말이지.

그냥 콱! 저지르는 게 정답이야.


어느 해 여름휴가였지.

일기예보 속 시간당 100미리 폭우를 뚫고,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길을 겁 없이 달려 도착한 칼봉산. 


"당신 이럴 때 보면 과감한 구석이 있어요." 


대공원 놀이기구처럼 빗 길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아내가 한 말. 

그러나 도착 다음날 비는 그치고,

더 한적한 계곡에 한층 더 차고 많아진 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둥 같은 물소리 옆에 누워만 있는데도 속이 말끔해지는 기분, 

무모하게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

우리 가족이 지금도 잊지 못하는 휴가의 추억이 되었지.


'실패'란 도전하지 않고 안주하는 걸 말해.

축구에서 슛을 시도하지 않으면 골인은 없지. 

그리고 골은 넣기도 하고, 먹기도 하는 거야. 

사람들은 경기에서 졌다고 선수들을 욕하는 게 아니야. 

최선을 다해 뛰어다니며 슛을 시도했지만,

결국 경기에 졌을 경우 오히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 

왜냐하면 그들은 실패한 사람들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야. 

'성공'이란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거거든.


바로 '저지르기'를 말하는 거지.

'저지르기'는 '용기'의 다른 말이기도 해.






* 라미(LAMY) 사파리 블랙 - C 컬시브닙(스틸)


  라미에서 새로 출시한 Z59 컬시브닙 때문에 구입한 가장 저렴한 라미 사파리 F닙 바디, 라미는 닙 교체가 아주 쉽다. EF보다 굵고 F보다 가늘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기울여 쓰기 때문에 F보다 굵고 M처럼 써진다. LAMY Z59 Cursive Nib은 필기체 특히 한자 흘림체를 쓰는데 적합하게, 아시아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문자에 맞춰 특별하게 디자인된 만년필 촉이라고 제조사에서 말하고 있다. 실제로 닙 가운데 '漢'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역삼각형 그립감에 몽블랑처럼 사각거림이 적당하고 휘갈기듯 흘릴 수도 있는 잘 미끄러지는 필감을 보여주며, 직선체 글씨를 쓰기에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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