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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r 13. 2023

잠자리를 박차고

# 벌떡 일어난 이유


오늘 아침 당신이 깨어난 이유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절대 자신을 포기하지 마라. 당신이 이 세상에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을 포기하지 마라. 살아 있는 한, 당신은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이다. (레지너 브릿)



아직,


새벽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나는 새벽보다 앞서 일어나 어둠을 연다. 시간은 4시 10분 언저리. 그 어떤 의지가 나를 잠자리에서 일으켜 세운 것일까. 이것은 나의 의지가 아닐 것이다. 나는 결코 이렇게 일찍 일어날 사람이 아니다. 나의 의지가 아니고, 나의 무의식이 아니면, 누군가 원격조종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나를 새벽보다 먼저 깨워, 세상에 나가 무얼 하길 원하는 것일까?



조심조심


눈을 뜨고, 얼굴을 씻고, 옷을 꺼내 입고 출근을 한다. 오래되어 무의식화된 행동들이지만, 사실은 '할 일'이 나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세상 일 다 끝내지 못하면 눈 감지 못하는 것처럼, 할 일이 주어지는 날 아침에 사람은 눈을 뜬다. 그리곤 나침반처럼 해야 할 일이 있는 방향으로 끌려간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 있는 이유가 아닐까. 사람은 일이 많을 때 죽는 게 아니라 할 일이 없을 때 죽는 거니까. 숨 쉬는 것도 일이니까. 출근하자마자 나는 사무실 책상을 뒤지며, 오늘 내가 깨어난 이유를 찾는다. 그리곤 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할 일을 창조해 낸다. 아내는 제발 일 좀 그만 만들라고 역정을 내지만, 어쩌랴 내가 살 길인데. 당신을 두고 죽을 수는 없잖아?



사람들이


살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냥 웃는다. 산다는 것은 죽을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거지만,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결국 사람 때문에 사는 거다. 내게 허락된 하루를 시작하는 이 두근거림을 즐기자. 더구나 새벽보다 먼저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더 길어진 하루라서 좋다. 내가 할 일이 있는 쪽에서 느껴지는 자력 같은 끌림도 참 좋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더 소중하고 소중하다. 오늘은 어떤 사람, 어떤 일을 만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생계 때문이 아니라, 이런 생존을 위한 '출근'이라면 '퇴근'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저 잠자리도 나처럼 이른 새벽에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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