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재능을 신뢰하기
"선물을 받았을 때 포장을 뜯고 그 안에서 선물을 꺼내야 하는 것은 누구지?"
"선물을 받은 사람이오."
"맞아, 선물을 받은 사람이야. 재능도 선물이야. 그러므로 주어진 재능을 자기 자신으로부터 꺼내는 것은 늘 스스로의 몫이지."
(김은주, '달팽이 안에 달' 중)
그래, 잊고 있었다.
받아만 놓고 포장을 뜯지도 않은 선물들이 나에게도 있었지. 사람을 사랑하는 재능, 엉덩이가 무거워 꿋꿋이 잘 참는 재능, 비난을 무서워하지 않는 재능, 한 마디면 될 때 두 마디 하지 않는 재능, 호기심이 많아 도전을 겁내지 않는 재능 등등등. 그래 등이다. 오늘부터 나의 재능들을 꺼내 등불을 밝히자.
재능이란 건 누가 믿어줄 때 발현된다.
나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큰 재능이라 생각한다. 믿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신뢰, 'trust'의 어원이 ‘편안함’을 의미하는 독일어 'trost'이기 때문이다. 혹시 저 사람이 배신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믿으면 편안한 것이다. 세상에 나보다 더 믿을 사람이 있을까? 나에 대한 정보를 나보다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나를 배신하는 일이 생길까? 그런데 왜 자기 자신을 믿지 않는 걸까?
우리, 나를 좀 믿자.
보잘것 있고 볼품 있는 나의 재능을 신뢰하고, 나의 꾸준함을 두둔하고, 내가 충분히 감당하리란 것을 믿어 주자. 그러면 반드시 빛나는 순간이 온다. 늦지 않은 시간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