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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Sep 22. 2023

별안간

# 별 생각이 들었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정진규, '별' 중)



별의 바탕


까만 밤 도착한 수도산 무흘구곡 어느 민박집 마당. 캠핑장이 아니었으나 사정을 구하고 하룻밤 묵기로 하다. 흐린 날이 분명한데도 별이 보인다. 요즘, 낮에도 별들이 보이는 것은 내가 어둡든지, 세상이 어둡든지 둘 중 하나겠지. 빛나던 사람이 어두울 때는 그 이유를 살펴야 한다. 한때 나도 세상을 다 밝힐 듯 거침없이 타오르던 사람이었지. 승승장구하는 불길은 언젠가 저 별처럼 사그라들기 마련, 결국 제 몸을 다 태우고(burnout) 꺼지는 것을. 아 진작에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보았더라면, 내 속을 태우지 않고도 별처럼 빛났더라면. 그럼 얼마나 좋았을까.




별의 마음


생각해 보면 지구도 별이다. 나는 지금 별을 밟고 서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태어나 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별난 사람들이지. 음 그렇다면, 길에서 만나는 사람 모두가 어린 왕자일 수 있겠다. 이 아름다운 별에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오늘은 금요일, 제일 높은 곳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금성의 마음으로 하루를 사는 날이다. 내일은 토성의 마음으로 느리지만 흙처럼 진중하게 사는 날이고, 모레는 더없이 밝고 뜨거운 태양의 열정으로 사는 날이다. 이렇게 하루마다 살기로 정해진 별의 마음이 있다. 우리, 별처럼 아름답게 살자.




별의 일


몇 시간이고 리플레이되는 그가 선곡한 음악이 질릴 무렵, 훌쩍 먼 여행을 떠나듯 우리는 동네 저작거릴 찾아 나선다. 함께 좋아하는 빙수 한 그릇과 두 개의 수저 그리고 욕심부린 한 종지의 추가 단팥...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이고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잠시 동안 아주 조용한 대화를 나눈다. 그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를 경유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별 것도 아닌 일이며 사소한 일일 뿐이다. 우리가 인생을 마쳐 가면서 만나게 되는 고민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밤마실처럼 그것 또한 별 것도 아닌 일이며, 사소한 일일 뿐이다. 그냥 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애쓰지 말자. 정말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니.




별의 반사


물론 제 힘으로 빛을 내는 별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나는 별들이 받은 빛을 반사하며 빛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주변의 응원과 배려, 그 빛나는 지지를 흡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별에게 전해주려는 그 마음가짐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음에도 내가 훌륭하기 때문이라 생각하거나, 받기만 하고 줄줄 모르는 사람은 블랙홀이다. 빨아들이기만 할 뿐, 그는 결코 빛나는 별이 될 수 없다. 생존에 필요한 만큼 외에는 받은 빛을 돌려주는 별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너나없이 모두가 반짝이는 아름다운 하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별이 떴다


모두들 "해가 졌다."라고 말할 때, "별이 떴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철 작가가 그랬다. 나도 한때는 순발력 있게 생각했었다. 현상을 뒤집어 긍정적으로 사고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싫고 좋은 것들이 많았는데, 언제부턴가 그저 그런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별생각이 없는 건지, 별의별 생각이 많은 건지... 나도 모르겠다. 별것도 아닌 것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생각이 많아진다. 이것은 분명 늙었다는 증거이리라. 이제 별생각을 하자. 별의별 생각과 별의별의별 생각도 좀 하며 살자.




줄리의 법칙


"내가 원한다."라는 말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별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말하면 "내가 원해서"이다. 괴테의 말이다. 물론 직접 듣진 못했다. 이것이 바로 줄리의 법칙(Jully's law)이다. 행운은 우연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는 경험법칙. 뒤집어 말하면 지금 내가 실망하고 불행한 것은 간절히 원하지 않아서 일어난 결과라는. 가끔 놀라곤 한다. 어릴 적 일기장에 적어 놓은 소원들이 하나둘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무사히 어른이 되었고, 평범한 가정을 꾸렸고, 아버지와 다른 아빠가 되어 있고,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일을 하고 있고, 또 무언가를 브런치를 통해 세상에 남기려 하고 있고.





별안간 별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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