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의 마음 갖기
바다의 마음을 갖고 바다가 되기를 꿈꾼다면, 자주 바다를 찾아 관찰하고 오기를 권한다.
바다는,
세상에서 제일 낮은 곳이다. 그래서 세상 모든 물(눈물을 포함한다)이 그리로 온다. 아래로 아래로 바닥부터 다져온 바다라서 그런 걸까.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평화롭기로 이름난 제주 세화 해변의 바다도 그랬다. 풍랑주의보에도 개의치 않고, 그냥 당찬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도 저렇게 바다처럼 낮아지면 평온할 수 있을까. 욕심 다 버리고 자세를 낮추면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을까, 궁금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바다는,
천 개의 강, 만 개의 하천을 다 받아들이고도 푸른빛 그대로이고 짠맛 또한 그대로라고 누가 그랬다. 그렇다, 정동진 바다도 그랬다. 바다는 태생적으로 쉽다, 힘들다, 뽀대 난다, 티 안 난다 등을 가리지 않으며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편안하고 좋은 것은 자기가 갖고 볼품없는 나머지를 주는 사람도 개의치 않는다. 바닷속에는 세상 모든 곤란한 것들이 다 들어 있다. 그래서 잔잔하고 순해 보여도 바다를 무시하는 사람이 없는 건지 모른다. 심지어 성난 바다를 보지 않은 사람도 바다를 무서워한다. 이렇듯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 세상 바다의 이치다.
그리고,
우리가 힘들게 살아낸 하루는 어쩌면 바다에 붓는 한 방울의 물이 아닐까. 바다도 한 방울의 물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사람의 일생도 한순간이 모여 이루어진 것처럼. 나의 하루하루를 부으면 어떤 바다를 만들어 낼지 내심 기대가 된다. 바다를 이룰지, 실개천을 이루고 말지는 오늘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하루에 한 번씩 나를 돌아보다 보면 언젠가 바다가 되어 있지 않을까. 몸을 두는 곳에 마음이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 두는 곳으로 몸이 간다고 했다. 마음을 산에 두면 몸이 산으로 가고, 마음을 바다에 두면 몸이 바다로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분간 내 마음을 바다에 두기로 했다.
노자(老子)가 말했다.
물고기는 바다에서 태어나고 바다에서 살다가 그 바다에서 죽어 없어져 버린다, 그 고기는 다름 아닌 바닷물일 뿐이라고. 역시 노자(老子)다. 나는 공자보다 노자에게 더 마음을 둔다. 물고기처럼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세상에서 태어나 세상을 살다가 세상에서 죽어 없어진다. 사람은 세상 그 자체이다. 물고기에게 바다가 세상이듯 사람에겐 세상이 바다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람다운 사람이 되면 바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