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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Aug 21. 2023

루치아의 뜰

# 내면의 뜰을 가꾸자


우리 안에는 우리가 언제든 쉴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 있습니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십시오. (탁닛한, '포옹' 중)



내면의 뜰


사람들 속에도 섬이 있고, 집 안에도 섬이 있다. 사무실 내 자리 한 켠에도 작은 섬 하나 있고, 망망대해 인터넷에도 나만의 섬이 존재한다. 하루에 한두 번 힘이 들거나, 마음이 울적하거나, 세상으로부터 잠시 피난하고 싶을 때. 홀로 그 섬으로 들어가 전파를 끊고 휴식한다. 그리고 내가 위로받았던 것처럼 이 글을 읽는 이도 위로받기를 바라면서 침잠한다. 아 섬 같은 내면의 뜰 하나 있었으면. 정말 아름답게 가꿀 자신 있는데.



루치아의 뜰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낯선 사무공간만큼이나 삶도 낯선 시기였다. 공주 구도심 어느 골목 안, 편안한 곳에 가만히 있는 작은 찻집, '루치아의 뜰'에 다녀왔다. 먼저 발견한 아내가 굳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 이유를 생각한다. 제발 혼자 있게 내버려 두라며 부쩍 소리 지르고, 쫌생처럼 작은 일에 흥분하며, 여유를 잃어버린 남편에게 그 '뜰'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작은 대문에서 집 안에 들어가기 전 완충지를 지나며 마음을 가다듬게 되는 소박한 뜰. 내게 내면의 뜰을 가꾸며 살라는 아내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사람에게 내면의 뜰이 있으면, 어렵고 힘든 일이 찾아오더라도, 막상 마음 안에 들어올 때는 덜 어렵고 덜 힘든 일이 된다. 아내의 바람대로 나는 내 안에 '루치아의 뜰'을 하나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섬 같은 나만의 작은 숨터를.



간수 없는 독방


드디어 일정을 챙겨주는 직원이 따로 있고,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공간을 가지게 된 본부장 한 분을 만났다. 좋으시겠습니다. 드디어 소원 이루셨네요. 그런 말 말게. 간수 딸린 독방에서 살고 있다네. 첩첩산중에서 외로움에 떨다 사람 만난 것처럼 그분은 격하게 반가워했다. 높이 오를수록 외톨이가 된다는 말과 잘 꾸며진 고독의 방에서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이 쓸쓸한 여운을 남겼다. 삶의 면적을 계산하면 높아지는 것과 넓어지는 것은 다르지 않다. 올라가는 것과 멀리 가는 것이 다르지 않듯. 간수는 없지만 혼자 있는 독방에서 생각한다. 작고 예쁜 나의 뜰을 가꾸면서, 가능한 낮게 멀리 가자고.






2015년 봄에 찾은 그 뜰은 손님에게도 주인에게도 소박하고 편안한 '빈터'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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