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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Apr 10. 2023

따뜻한 물이 빨리 언다

# 따뜻한 사람이 쉽게 상처 입듯이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

같은 냉각 조건에서 높은 온도의 물이 낮은 온도의 물보다 빨리 어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35℃ 물과 5℃ 물로 실험하였을 때 비교 효과가 극대화된다.

1963년 탄자니아의 에라스토 음펨바(Erasto B. Mpemba)가 중학교 조리수업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만들다가 뜨거운 상태의 용액을 얼렸더니 식힌 후 얼린 것보다 먼저 어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후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이 실험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1969년 해당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첫 발견자의 이름을 따 '음펨바 효과'라고 불리게 되었다.

음펨바 효과는 최근까지도 그 원리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2012년 영국왕립화학회는 음펨바 현상의 기작 규명에 1,000파운드의 상금을 걸기도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음펨바 효과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상처의 음펨바 효과


따뜻한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언다. 음펨바 효과는 탄자니아의 중학생 음펨바가 1963년에 발견한 현상이라고 한다. 납득이 되지 않지만 아직 음펨바 효과의 원인을 알려주는 이론은 없다고. 뜨거운 물도 멸치나 고등어처럼 급하고 불 같은 제 성질을 못 이겨 그런 게 아닐까? 나는 같은 상황이라도 냉정한 사람보다, 따뜻하고 여린 사람이 더 빨리 마음이 얼어붙는 현상과 음펨바 효과가 결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일수록 더 쉽게 상처를 받는 것이다. 몸의 상처는 염증을 유발해 뜨거워지지만, 마음의 상처는 사람을 아무 생각도 행동도 못하게 동결시켜 버린다. 몸의 상처는 아물고 난 뒤에 흉터로 남지만, 마음의 상처는 회복되어도 트라우마로 남는다. 얼음결정 같은 흉터가 마음 한 구석에 박혀 있다가, 같은 상황을 만나면 최면에 걸리는 것처럼 사람을 동결시켜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절대 사람에게 상처 주지 말자.



상처보다 애정을


김소연 작가는 '마음사전'에서, 자존심은 차곡차곡 받은 상처들을, 자존감은 차곡차곡 받은 애정들을 밑천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자존심이 강한 자는 이기심이라는 커다란 호주머니를 달게 되며, 거기에 무엇을 채워 넣으려는 속성을 예비하는 거라고 말한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상처와 애정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미처 몰랐다. 아이에게 자존감이 부족하다고 구박하기만 했다. 결국 아이는 내가 준 상처를 차곡차곡 마음에 쌓으며 자존심을 키웠을 뿐이다. 많이 안아주고 자주 칭찬하고 언제나 아이 편에 서 주는 일, 애정을 주는 일에 소홀했다. 아이는 부모를 시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내가 아이 편에 서 주었던 시간은 얼마나 될까. 얼마 남지 않은 아이의 시간, 어른으로 훌쩍 가버리기 전에 아이와 한 편이 되자.



그럴 수도 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고 한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양귀자 작가의 '모순'에 나오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인생 결산을 해 왔는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다시 정산을 해야겠다. 그리하여 돌려주지 않은 은혜는 돌려주고, 상처는 그냥 털어버리면 어떨까. 상처는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자.


우리는 그럴 수도 있는 일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요령 안 피우고 최선을 다했으면 된 것이다. 상대가 내 마음에 들지 않게 일을 했어도,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굳이 불만족을 드러내어 그에게 상처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감내할 수 없는 상처는 상처로 끝나지 않는 법이다. 때로는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니 나를 위해서라도, 상처 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자. 그냥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 보자.





붉은 고무 대야 속 저 얼음은 누구의 마음이 동결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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