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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Apr 24. 2023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바다

# 소소한 일상들이 모인 곳


아마도 나는 너무나도 멀리서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나 봅니다. 행복은 마치 안경과 같습니다. 나는 안경을 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안경은 나의 코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게도 가까이! (쿠르트 호크, '나이 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중) 



언제부턴가


안경을 쓰면 잘 보이지 않고, 벗어야 잘 보인다. 먼 곳은 그렇지 않은데 가까운 곳을 볼 때 그렇다. 이동 중에 휴대용 네모상자를 많이 보아 그런 줄 알았다. 침침하고 흐릿한 것이 눈앞을 기름종이로 가리고 있는 느낌이다. 안경을 새로 맞추려고 들린 안경점 직원 왈, 노안입니다. 눈이 늙었다는 거죠.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의 눈은 반드시 노화현상이 나타납니다. 꽤 비싸게 부르는 다초점렌즈를 맞춰놓고 집으로 오면서 생각한다. 행복은 안경과 같다고. 항상 나의 코 위에 놓여 있는데도 나는 안경을 보지 못한다.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게, 언제나 거기서 나를 돕고 있었는데 말이다. 멀리서 행복을 찾지 말고, 가까이 있는 행복을 찾으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깨닫는다.



본래


행복이란 단어 'happiness'는 '옳은 일이 자신 속에 일어난다.'는 뜻을 가진 'happen'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따라서 행복은 그 사람의 올바른 성과이며, 우연히 외부에서 찾아온 운명의 힘이 아니라고 한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용기 있게 하다 보면 내 안에서 행복이 만들어진다는 말, 특히 '올바른 성과'란 말에 공감이 간다. 그래, 애써 찾으려 하지 않고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아내면 행복은 오는 거다. 온다기보단 그 정성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거겠다. 사실 행복은 별것인 것 같지만 사실 별것이 아니다. 게으른 토요일 오후,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 때문에 졸다가, 소파에서 거실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TV 리모컨. 다 못 먹고 옆으로 밀어 놓은 수박 반 덩이와 엎드려 잠든 숟가락. 김 나는 저녁밥 차리면 밖에 나간 가족들 하나 둘 돌아와 앉고. 행복은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물방울처럼 모이고 모여, 바다를 이루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바다, <행복해>를.





<행복해>는 행복할 때 가는 바다일까, 가면 행복해지는 바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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