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Jun 09. 2023

무엇을 연습하고 있나요?

# 연습을 연습하다


인생은 자신이 가장 많이 연습하는 모습.. 그대로 됩니다. (리처드 칼슨)



요즘 무엇을 연습하며 살고 있을까요? 


의식적이든 아니든 무얼 반복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행복한 미소, 따뜻한 배려, 이야기를 담은 사진, 땀나는 운동... 이런 것들이겠지요? 설마... 찡그린 고민, 냉정한 회피, 뜨거운 짜증, 피곤한 야근, 우울한 침묵... 이런 것들은 아니겠지요? 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히 연습하고 있는 일이 없습니다. 슬프게도 작심하고 연습하는 무엇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인생은 연습한 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세상에는 연습 없이 되는 일이 없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프로 운동선수들은,


자기 시간 중 20%를 시합에, 80%를 훈련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기 시간의 99%를 일에, 1%를 자기 계발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운동선수로 치자면 연습도 하지 않고 시합에 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혼다 나오유키의 '레버리지 싱킹'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연습도 하지 않고 출근하고 있는 우리도 다를 바 없습니다. 제대로 훈련도 하지 않고 전장에 나가는 병사와 같습니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패잔병처럼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에 치명상을 입은 채 힘들어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연습 없이 실전만 계속한다면 100%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1,000일의 연습을 단(鍛)이라 하고, 


10,000일의 연습을 련(鍊)이라 한답니다. 이 정도 연습으로 단련이 되면 그 어떤 일도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백전백승하고도 남겠죠. 정제될 대로 정제되어 조사 하나 점(.) 하나 건드릴 수 없는 무결점 보고서. 예측 가능한 1,000개 이상의 변수를 고려한 개선 방안. 10,000일의 시나리오 검토로 상대방이 도저히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설득력. 이 정도 보고서는 되어야 단련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렇게 오랜 연습의 시간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단련은 고사하고 연습도 되지 않은 산출물을 허겁지겁 내밀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실전은 연습처럼, 연습은 실전처럼 하는 거라고. 그러나 연습은 연습이고, 실전은 실전입니다. 실전은 절대 연습과 같지 않습니다. 경험해 봐서 알겠지만 실전에서는 연습한 부분이 아니라 연습하지 않은 부분을 더 많이 겪게 됩니다. 벼락치기 시험공부를 했어도 실제 시험에는 예상하지 않은 문제가 더 많이 나왔던 것처럼 말이죠. 어떤 기술이 익숙해지도록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나와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연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포츠에서 기초체력을 기르는 일, 삼 년 동안 주방에서 양파만 까는 일 혹은 칼질만 계속하는 일 같은 거죠. 일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진짜 연습입니다. 어떤 형태의 문제가 닥쳐도, '이 정도쯤이야, 우습지 뭐.'라는 마음의 여유, 넉넉한 자신감을 갖는 연습이 진정한 연습인 것이죠. 트리플 악셀이든, 트리플 러츠든, 트리플 루프든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시도하는 김연아 선수의 용기도 그런 연습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제발 연습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연습도 연습을 해야만 하는 걸까요?





한동안 칼림바 연주를 맹연습하던 딸아, 칼림바 연주자의 모습은 왜 보이지 않는 거냐?


매거진의 이전글 말을 다루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