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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un 05. 2023

말을 다루는 법

# 말을 다루듯이 해야


이웃 사람이 코니를 찾아왔다.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요.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나 해도 새 나갈 염려가 없으니까요."

그러자 코니가 말했다.

"칭찬을 들어야 할 사람은 내 어머니입니다. 그때 난 아마 여덟 살쯤 되었을 겁니다. 하루는 창문을 열어놓은 채 놀고 있는데 브라운 부인이 어머니를 찾아와 자기 아들과 관련된 중요한 이야기를 숨김없이 털어놓고 있었지요. 브라운 부인이 돌아가고 난 다음에 어머니는 내가 이야기를 다 들은 것을 알고 이렇게 묻더군요. 

'브라운 부인이 오늘 이곳에 지갑을 놓고 갔다면, 우리가 그 지갑을 아무에게나 내주어도 되겠니?' 
그래서 나는 '물론 안 되지요.'하고 대답했지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브라운 부인은 오늘 돈지갑보다 훨씬 더 귀중한 것을 놓고 가셨단다.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이야기를 떨어뜨리신 것이지. 물론 그 이야기는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내주어서는 안 된단다. 그분이 비록 이곳에 떨어뜨리고 갔을 망정 그 이야기는 여전히 그분의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니 우리는 그것을 누구에게도 내주어서는 안 된단다. 알아듣겠니?' 

나는 물론 '알았어요'하고 말했지요. 그리고 그 이후로는 친구가 내 집에 떨어뜨리고 간 것이 은밀한 속내 이야기든 경망스러운 험담이든 그 사람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내가 아무에게나 건넬 수 있는 내 것이 아니지요."

(프랭크 미할릭, '느낌이 있는 이야기' 중) 



"이건 너한테만 하는 말이야, 너만 알고 있어. 비밀이야."


이렇게 속삭이는 친구의 말은 이미 비밀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친구가 '너에게만'이라고 할 때, 머릿속으로 '나도 한 사람에게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2의 N승으로 그 비밀의 말은 확산되는 것이다. 저녁 뉴스에 자기 것이 아닌 돈가방을 주웠다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기소될 위기에 처한 회사원 이야기가 나왔다. 


형법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점유이탈물이라 함은 점유자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점유를 떠났으되, 아직 누구의 점유에도 속하지 않는 물건을 말한다. 쉽게 말해 내 것인데, 내 곁을 떠나 아직 아무도 갖지 않는 물건이다. 손님이 두고 간 우산, 우리를 탈출한 가축, 잘못 배달된 택배, 착오로 더 받은 돈, 바람에 날려 마당에 떨어진 세탁물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음, 비록 형체는 갖추고 있지 않지만, 브라운 부인이 두고 간 아들 험담이나 친구가 나에게만 얘기한다는 비밀의 말도 점유이탈물이라 생각한다. 아니 점유이탈이라 하면 되겠다. 직장 동료나 친구, 또는 이웃이 내 앞에 떨어뜨리고 간 중요하지만, 내 것이 아닌 말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혹시 내 것인 양 아무에게나 전하고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지? 남의 말이다. 내 것인 양 함부로 다루지 말자.




의 뒷모습을 보라


법정스님은 엄마들이 아기의 서투른 말을 이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말소리보다 뜻에 귀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문을 보며 행간을 읽어야 하듯, 사람들의 말 뒤편에 감추어진 의도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간절한 소망을 뒤편에 감추고, 정반대의 말투로 고함치거나 침묵하기 때문이다. 겉모습이 번지르한 말, 옹알거리듯 소심한 말, 죽창처럼 성난 말, 초콜릿처럼 끈적거리는 말, 그리고 우리가 잘하는 냉정하고 사무적인 말. 이렇게 천의 얼굴을 한 말의 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그 뒤에 숨은 뜻을 헤아리려 노력하자. 말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보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자. 사람들은 겉으로 '이런 말'을 하면서, 속으론 '저런 말'이라 알아주기를 바란다. 참 힘들게 한다.




속에 나를 담아


사탕을 많이 먹는 아이에게 엄마가 원하는 건 아이가 사탕을 먹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사탕 먹지 마! 넌 어찌 그렇게 말을 안 듣니? 몇 번을 얘기했어?" 


이렇게 부정적 감정을 잔뜩 주면 아이는 오히려 사탕을 떠올리게 되고 더 먹게 된다. 몰래 숨어서 저항하는 달콤한 맛에 빠져서. 우리의 뇌는 부정을 강조하게끔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속에 긍적의 감정이 들어 있어야 듣는 이가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쉬운 방법이 말속에 말하는 사람을 집어넣는 것이다. 


"네가 사탕을 많이 먹어 탈이 날까 봐 엄마는 걱정이란다. 너무 걱정되어 마음이 아파. 엄마가 아파하지 않게 좀 도와주지 않겠니?"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전달받아 긍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엄마와 아이 사이뿐 아니라 아내와 남편, 친구와 친구, 상사와 부하 등의 관계에도 똑같다. 이걸 알면서도... 우리 집에는 아직까지 사탕 먹는 문제로 티격대는 아내와 취준생 아들이 있다. 





말을 다룰 때는 말을 다루듯이 해야 한다. 신중하고도 조심스럽게 말이 놀라 뛰쳐나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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