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Jul 07. 2023

나, 무(無)로 돌아간다

# 나무에게 배우는 것들


    나... 무(無)로 돌아간다.

    ... 무(務) 힘쓰지 말자.




세상에 같은 나무는 없다.


숲에 들어가면 편안한 것은 나처럼 재주가 부족한 새가 있기 때문이다. 늠름하게 자라지 못한 볼품없는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잘하는 새들만 지저귀면 숲이 적막하다는 말, 공감이 간다. 아름답지 않아도 자기가 가진 재능대로 노래할 수 있어야 숲인 것이다. 사람 숲도 똑같다.



그렇다. 


같은 숲에 살아도 같은 나무는 하나도 없다. 종(種)은 같아도 성질이 다르고 형태도 제각각이다. 사람도 나무와 같다. 같은 곳에 있거나 같은 일을 하여도, 생각이 다르고 장단점이 다르다. 내 맘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무를 보거나 사람을 만날 때,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은 바로 '나와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없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주 했을 때 낯설어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사람일수록 내게 없는 다른 무언가를 가졌을 확률이 높다. 그 무언가를 배워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 나와 맞지 않는다고 회피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다 보면 우리도 나무처럼 성장하여 숲이 되지 않을까.



한결같은 나무는 평온하다.


나무가 한결같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깊은 뿌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실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 건 아니다. 땅 속 깊이 기둥 같은 뿌리를 박고, 비바람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이 악물고 참아내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한결같아 보일 뿐이다. 살면서 가슴 상하는 일 겪고도 한결같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한결같은 사람에게서 한결같은 인내를 본다. 그렇게 보이도록 속으로 삼키며 참았을, 그 힘든 시간들을 생각한다. 그리고 살다가 가슴 상할 때면 나무를 만나라 일러준다. 우리는 한결같은 나무를 볼 때 평온함을 느낀다. 평온함은 남이 나를 건드리지 않아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어떤 충격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천명주 작가는 말한다. 사람이 아무리 버팀목을 세우고 밧줄로 동여매 주어도, 나무 스스로  뿌리내리지 않으면 평온함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잔가지 흔들려도 해맑게 웃는 저 뿌리 깊은 나무를 보라.



나무는 선택의 기회를 준다


랭보가 그랬다. 나무는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번 꽃을 피운다고. 어느 이른 아침, 나는 두 번째 피는 꽃을 찍기 위하여 나무들이 깨기 전에 이름난 단풍터널을 찾았다. 인천대공원에서 진사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도로를 점거한 모습에 실망을 하고, 부천 중앙공원으로 차를 돌렸다. 오... 가을꽃을 담으러 온 사람이 나 밖에 없다니. 그래, 봄꽃을 놓치면 어떤가. 꽃보다 몇 배는 화려한 가을 단풍이 있는데. 꽃을 놓친 아쉬움에 매달려 살 필요 없는 거다. 최선을 다했으면 그만이지, 잡지 못한 기회의 끝을 붙잡으려 전전긍긍 살지 말자. 여름에는 푸른 잎으로, 가을에는 불타는 단풍으로, 그리고 겨울에는 하얀 상고대로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나무이고, 인생이다. 봄에는 봄을 가을에는 가을을 누리며 살면 되는 것이다. 가버린 봄을 찾거나 지나간 여름에 미련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철 따라 사는 것이다. 산다는 건 어제를 잊고 오늘을 즐기는 것 아니던가. 이제 그만 철 좀 들자.





나... 무(無)로 돌아간다. 너... 무(務) 힘쓰지 말자. 나무의 조언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