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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r 31. 2023

교만이 고개를 숙였다

# 겸손에 대하여 소홀하지 말자


반에서 읽기를 잘해 상을 받은 꼬마가 집에 돌아와 하녀에게 으스대며 말했다.

"아줌마는 나만큼 책을 잘 읽을 수 있어? 이 책 읽어 봐."

마음씨 고운 그녀는 책을 받아 들고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빌리야, 나는 책을 읽을 줄 모른단다."

그러자 공작새만큼이나 교만해진 어린 친구는 거실로 달려가 큰소리로 외쳤다.

"아빠, 난 여덟 살 밖에 안되는데도 상까지 받았는데 아줌마는 책도 읽을 줄 몰라요.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요."

아버지는 말없이 책장에서 두툼한 책을 꺼내 아이에게 주면서 말했다.

"아마 이런 기분일 게다."

스페인어로 된 그 책을 빌리는 한 줄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 후 아이는 그 교훈을 잊지 않았다. 그는 우쭐한 기분이 들 때면 언제나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곤 한다.

'넌 스페인어를 읽지 못한 것을 잊지 말아라.'

(프랭크 미할릭, '느낌이 있는 이야기' 중)



만은,


겸손보다 위험하다. 개보다 고양이가 로드킬을 많이 당하는 이유는, 빛에 반응하는 동공의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고양이는 자동차보다 자신이 빠르다는 자만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만은 겸손보다 위험한 것이다. 나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겸손, 내가 아는 지식은 보잘것없는 일부분일 뿐이라는 인식, '내가 아니면 안 돼.'가 아니라 '내가 없으면 더 잘 돼.'일 수도 있다는 반성을 해본다. 교만한 사람은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들고, 겸손한 사람은 어려운 일을 쉽게 만든다. 겸손은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에겐 누구나 우호적이다.



손은


미안한 마음, 교만은 서운한 마음이다. 그동안 내가 해준 게 얼만데, 그렇게 희생했으면 되었지, 왜 나만 이렇게 빡센 거야. 쟤들은 놀고 있는데. 윗사람들은 생각도 없나 봐, 쓸데없는 일만 하래. 아무래도 너무 열심히 일해줬나 봐. 그럼 뭐 해? 알아주지도 않는데. 앞으로 내가 열심히 하나 봐라. 이런 말들은 모두 섭섭하다는 표현이다. 자기를 알아달라는 우회적 표현이다. 결국... 교만에 빠졌다는 뜻이다. 조정민 목사의 말에 따르면, 겸손은 늘 과분한 대접을 받는다고 여기는 마음이고, 교만은 미흡한 대접을 받는다고 여기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처음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겸손했던 그 처음의 마음을 회복하자. 요즘 들어 '겸손'에 대하여 소홀하지 않았는지 돌아본다. 나의 판단이 옳은 것이고 정의로운 것이라 고집부리지 않았는지. 산 높은 곳에 있다고 기슭을 오르는 이에게 시야가 좁다 비난하지 않았는지. 더 많은 삶의 양을 내세우며, 번뜩이는 젊은 지혜를 덮으려 하지 않았는지.



리를


덜 숙이기보다 더 숙인 편이 낫다. 어떤 경우라도 교만하면 손해가 따른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맹신하고 함부로 걸으면 바지가 젖는다. 비록 우산을 가졌더라도 비 앞에서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걸어야 옷이 젖지 않는 법이다. 영국 속담에, '머리를 너무 높이 들지 말라. 모든 입구는 낮은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지금 막 입구 앞에 도착한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하긴 낮은 자세로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머리를 치켜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러더라도 우리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개 숙인 낮은 마음을 인생의 출구까지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고개를 숙일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무조건 숙이는 편이 낫다, 내 경험상 그랬다. 욕심을 버리고 자세를 낮추면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바다가 될 수 있다.

 


도,


스페인어를 읽을 줄 모른다. 교만은 착각의 일종이다. 나 없으면 우리 회사가 마비가 되는 일,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가을 들녘에서 고개 숙이지 않는 것은 벼쭉정이와 피뿐이라는 것을 또 배운다.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덜 여물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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