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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r 27. 2023

마지막 처음

# 삶에 진심을 다해야 하는 이유


한번 지나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처음'이라 이름 붙이는 모든 것이 그러하다. 따라서 모든 처음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마지막'이다. (김경욱, '위험한 독서' 중)



마지막 처음


전남 장흥에 있는 유치자연휴양림에서 올해 첫 목련을 만났다. 반가웠다. 전에 내가 이 아이를 만난 적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처음 만남인데도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나는 애틋한 마음에 한참 동안 그 아이를 눈으로 어루 쓰다듬었다.


마지막 처음... 내가 시작하는 월요일도 사실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처음이다.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도 실은 마지막 만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지막'이란 단어가 붙으면 절실해진다. 다시 오지 않을 것이기에 더 애절하게 매달리게 된다. 그래 마지막으로 만나는 처음이다. 결국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사실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인 것이다. 오늘 만나는 독자들도 실은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이고. 그런데 어찌 진심을 다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정성을 쏟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처음은 첫 마음이다


처음을 대하는 마음은 한결같기 어렵다. 처음이 처음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내 나중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소주병에 적힌 문구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처음처럼 사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처음처럼'이란 말은 처음과 같이, 즉 처음과 비슷하지만 처음은 아니란 의미를 품고 있다. 처음으로 살겠다는 마음이 첫 마음이다. 그 첫 마음을 줄여서 ‘처음’이라 부르는 것이다. 오늘이 어제 만난 오늘처럼 보여도 사실은 어제의 그 오늘이 아니듯, 우리가 겪는 일은 모두 처음 겪는 어려움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처음은 힘든 거라고 했으니까. 힘들게 페달을 밟을수록 자전거가 멀리 나아간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처음이 되겠다는 결의에 찬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은 늘 힘들다


경험상으로 처음은 언제나 힘이 들었다. 단지 처음만 힘들었다. 처음이 나중이 되면 견딜만하다가 결국은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곤 했다. 사람은 경험을 판단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처음이 두렵고 낯선 것이다. 낯선 일, 낯선 사람, 낯선 세상... 다 처음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누구나 처음으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긴 한다. 생각해 보면 '처음'이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걸 말하고, 결국 인생은 '처음들'의 나열인 것이다. 살면서 일을 처음 맡게 되거나,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될 때, 우리의 선택은 명백하다. 처음이기 때문에 용기를 내야 하고, 내게 주어진 처음, 다시는 오지 않을 처음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은 마지막의 다른 이름이다


처음엔 처음을 만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건 결국 나중이다. 처음이 어떠했든 그 나중은 처음의 모습을 결정한다. 그렇다고 나중이 처음이 되는 거라 말하지 말자. 그것은 또 다른 나중일 뿐이니. 처음도 나중도 아닌 '과정'이 중요하다, 말하지 말자. 과정은 처음과 나중으로 분절되고 또다시 처음은 나중으로 귀결될 뿐. 그러니 우리 함부로 살지 말자. 언제나 처음을 만날 수 있다고 자신하지 말고, 지금 내가 들어와 있는 이 나중 속에서 지나간 처음과 다가올 처음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내야 함을 명심하자. 후회 없는 나중을 만들어 보자. 오늘이 어제의 나중이라면, 정성을 다해 오늘을 살아 내면 어제는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 어린 목련도 <마지막 처음>으로 만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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