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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r 20. 2023

사람들의 한숨이 쌓여

# 대기를 오염시킨다.


대기를 오염시키는 가장 나쁜 것은 스모그가 아니라, 사람들이 내뿜는 불평들이다. (움베르토 사바)



미처 몰랐다.


안개 낀 저 도시 풍경이 스모그였다니. 중국발 황사나 미세먼지보다 사람들이 내뿜는 불평들이 더 많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러다 하늘에서 얼어버린 불평들이 우박처럼 내리면 어떻게 하지? 여기에 나마저 불평을 보태지 말자. 사람들이 불평하지 않고 숨 쉬는 세상이 되었으면.  



나는 불평이 아니라,


사람들의 한숨이 스모그를 만든다 생각한다. 이제는 불평의 단계를 지나, 불평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이 내뱉는 절망의 숨이 주범이라 생각한다. '숨'이란 사람이나 동물이 코 또는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기운, 또는 그렇게 하는 일을 뜻한다. '한숨'이란 근심이나 설움이 있을 때 혹은 긴장이나 안도할 때 길게 몰아서 내쉬는 숨을 말한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그렇다. 



예전에 안개에 휩싸인 도심을 본 적이 있다. 


일출을 찍으러 수리산에 올랐을 때였다. 군포에서 안양을 바라보는 방향이었다. 사실은 안개가 아니라 대기 속의 불순물이 수증기와 엉겨 붙어 안개처럼 보이는 스모그였다. 내 생각에는 대기 속의 먼지나 매연 입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한숨이 엉겨 붙은 것이었다. 한숨에 더해 고통에 찬 땀들이 섞이면 황니 같은 누런 안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길게 몰아 쉬는 숨'이 아니라 '한이 서린 숨'을 토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 왜 우리는 거기서 영혼을 질식시키고 있는 것일까. 또 나는 왜 한숨을 보태고 있는 걸까.

 


결국은 사람들이 뿜어낸 독소다. 


증오와 분노, 억압과 우울 같은 참을 수 없는 감정의 찌꺼기들 말이다. 사실 옛날부터 독초가 그런 역할을 해왔다세상의 독기를 자신이 흡수함으로써 세상을 해독하는 역할, 거기에 독초의 쓰임이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약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독초도 함께 있다. 균형을 이루어야 세상이 존재하는 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늘 화가 나 있거나 독기를 품고 독초처럼 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존재가 있어야 우리도 존재하는 것이다. 애써 보듬고 같이 살자 다독여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과 나무와 흙과 돌들이 모여 사는, 불평도 한숨도 스모그도 없는, 이 나는 그립다.





대기 오염의 주범이 되지 말자,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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