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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y 30. 2023

당신은 지금 몇 시인가요?

# 시간의 마음


자신의 나이를 3으로 나눠 봐. 8인데요. 그럼 8시란 거지.. 인생을 24시간이라고 치면 말이야. 아직 한참, 그러니까 이제부터가 아닐까?  아침에  일어난 거야, 넌. 잠이 덜 깬 거야. (아오노 슌주, 만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중) 



음, 


내 나이는 18시 40분. 정신없이 일하다 의자를 뒤로 젖혀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는 시간. 이런, 퇴근시간을 한참 넘겼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소중한 가치들을 향해 가야 할 때. 그리고 이제는 조용한 퇴직이 아니라 조용한 퇴근을 준비할 때. 퇴근 후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낼 멋진 시간을 상상하면서 짐을 꾸려야지. 그리고 그 멋진 시간이 지난 후에는 또 어떻게 살 건지 생각해야겠지. YOU는 지금 몇 시인가요?



돌이켜보면


그 사람에게 '시간이 없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정말로 시간이 없을 때도 있었고, 시간은 있었지만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은 그 마음을 왜 모른 체하며 아프게 했던 걸까. '시간이 없다.'는 말은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라는 말로 해석되는데 말이다. 앞으로는 내가 좀 더 다가가고, 좀 더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다가 간 거리가 멀면 헤어져 돌아오는 거리도 멀겠지만. 함께 한 시간이 많으면 떨어져 혼자 있는 시간도 많겠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더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나의 시간을 그 사람에게 주고 싶다. 그것이 우리가 혼자 있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길이 아닐까.  



시간에게도


인격이 있고 꿈이 있고, 슬픔이 있다고 한다. 시간에게도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고 사랑이 있다고 한다. 시간의 마음을 몰라 주는 것은 사람들뿐이라고. 오규원 작가의 말이다. 정말 그렇다. 공기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처럼 우리는 시간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자고 나면 새로운 시간이 주어지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시간이 주어지는 까닭에, 시간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늘 옆에 있어 주기 때문에 고마움을 덜 느끼는 그 사람처럼. 연휴가 끝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월요일의 옷을 입고 시간이 찾아왔다. 이제 시간의 마음을 알아주자. 그리고 그가 내 곁을 떠나지 않도록 귀하게 대해주자. 시간의 어깨를 토닥이며 고마움을 표현하며 살자.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견디며 산다고 말한다. 견딘다는 건 무엇인가. 죽지 않고 버티며 살아낸다는 뜻이다. 왜 시간을 견뎌야 하는 거지? 시간이랑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 건가? 내가 쟁여 놓은 시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에야 짐작한다. 시간은 흐름일 뿐이라는 걸. 쪼갤 수도, 주고받을 수도... 없다. 끊임없이 낯선 시간이 흐르는 까닭에 친교 할 수도 없다. '흐름'은 반드시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높낮이나 물량이나 속도 등에서 단차가 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흐름은 곧 다름이다. 나는 바위를 우회하여 흐르는 물처럼 시간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많고 적거나, 빠르고 느리거나 또는 견디거나 견디지 못하거나... 어쨌든 견디어 내는 쪽에서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쪽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거라, 생각한다.



아무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인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아무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라고 한다. 그래 누구도 이 세상에서 영원히 머물 수 없는 거다. 떠난 후에,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이라도 오래 머물고 싶어 해 보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않음을 안다. 놓쳐버린 물고기가 가장 크듯, 훅 지나간 시간이 가장 좋은 시간이다. 잃어버린 후에야 존재를 알고, 헤어지고 나서야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것처럼. 우리는 알고 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임을.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아름다웠고, 다가올 시간은 항상 빛난다는 사실을. 하지만 기억하자. 지금 내가 머물러 있는 여기, 함께 있는 사람들, 맡고 있는 일들... 이 모든 것들 옆에 나는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시간을 허투루 쓰거나 빼앗기지 말자. 내 시간은 나의 것이다.





사진커뮤니티 S 클럽 '오늘의 사진'으로 선정되었던 사진, <시간의 흐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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