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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un 19. 2023

바람으로 지은 집

# 바람에 대한 바람


새들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태풍이 불어와도 나뭇가지가 꺾였으면 꺾였지 새들의 집이 부서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중략)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지은 집은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겠지만, 바람이 불지 않은 날 지은 집은 약한 바람에도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정호승 동아일보 칼럼, '정호승의 새벽편지' 중)



어쩌면 내게는,


지금이 가장 험한 바람이 부는 날. 몇 해 전 여름에 찢어진 각막이 아침마다 재발하고, 원치 않았던 만남을 만나게 되는 등 말년의 바람에 마음이 휘청거린다. 그래 이렇게 바람 부는 날 집을 짓는 거라 했다. 차라리 새들처럼 나도, 이렇게 바람 부는 날에 튼튼한 집 하나 마음속에 짓기로 하자. 연은 바람에 업혀 비상한다. 바람과 부딪쳐서 하늘로 오르는 게 아니다. 바람의 지지를 얻어 하늘 높이 서는 것이다. 공기가 떠미는 힘으로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존버'라고 하던가. 


요즘 견디고 버틴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세월이나 사람이나 일에 대하여 말이다. 우리는 안다, 무엇을 견디거나 버티려 하면 금방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무엇이든 재미있게 즐겨야 오래가는 법이다. 그러므로 살다가 바람이 분다 싶으면 애써 견디거나 버티려 하지 말자. 버틴다는 것은 맞서거나 대드는 것이며, 참고 견디는 것 또한 다름 아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바람을 즐긴다는 의미를. 손을 간지럽히며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말랑한 바람의 촉감을. 그래 그 기분 좋은 만남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면 바람은 나의 바람대로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지 않을까.



연이


높이 날아서 행복한 건 자유롭기 때문이 아니라 했다. 항상 같이 나는 실이 있어서 그렇다 한다. 늘 나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래서 가끔 소중함을 잊어버리는 그 사람. 세상의 바람에 흔들릴 때, 가벼이 처신하다 날아가지 않게 붙잡아 주는 '실' 같은 사람의 존재를 생각한다. 그렇다. 바람에 대한 나의 바람은 이것이다. 바람과 부딪치거나 견디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즐기는 것이다. 그 즐거움 속에서 부는 바람을 내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나도 흔들리는 후배들에게 실이 되어야겠다는.





바람으로 지은 집에는 과연 바람이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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