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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Aug 04. 2023

로또복권 궁합

# 하나도 안 맞는 우리 부부의 궁합


당신은 로또 같은 사람이에요. 어느 날 아내가 등 뒤에서 말했다. 내가? 정말? 나는 기분 좋게 돌아보았다. 마치 행운의 남자처럼.

"응... 하나도 안 맞아... "  (인터넷 유머)



로또 같은 사람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로또복권 같은 사람이다. 뭐 하나 맞는 게 없으니까. 궁합에 따르면 아내는 불이고, 나는 물이라 한다. 아내는 둥둥 뜬 채로 살고, 나는 진중하게 가라앉은 채 산다. 아내는 말하고 생각하지만, 나는 생각하고 말은 안 한다. 정말 지지리도 맞지 않았다.



물과 불


결혼 전 보았던 궁합에 따르면 나는 물이고, 아내는 불이라 했다. 그것도 그냥이 아니라 천하수(天河水)와 벽력화(霹靂火)라 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물이 좋았던 것일까? 나는 물이 좋았다. 흐르는 물은 더 좋았다. 흐르는 물을 보고 있으면, 새로운 날들이 흐르고 흘러 내게로 밀려오는 무엇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물과 불은 상극이 아니던가? 우리가 부부가 되어 백년해로를 꿈꾸는 건 언감생심이다. 더구나 물 중의 물, 천하수(天河水)와 불 중의 불, 벽력화(霹靂火)가 만난다면? 아마 끝장일 것이다. 물은 불에 의해 증발할 것이고, 불은 물에 의해 소멸할 것이 분명했다. 이 일을 어쩐다?



궁합의 예외


우리가 부부로 맺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식이든 합당한 논거가 필요했다. 아무리 물과 불이 상극이라지만, 반드시 예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찾아낼 수 있었다. 우리의 궁합이 더 좋다는 합리적 근거를. 제대로 이해는 못하지만, '상극 오행의 관성 제화'란 개념이 있었다. 아무리 상극이라 할지라도 어떤 경우에는 서로 만나 '제화'가 된다는. 화를 다스릴 수 있다는 말 같았다. <벽력화(霹靂火)는 물을 만나야 복록과 영화가 있다.>는 이 한 줄을 찾아내고 얼마나 기뻤던지. 불은 본래 물의 극함을 꺼리지만, 벽력화는 매우 강한 불이므로 수를 만나야 길하다는 말이었다.



주의사항


결국 우리는 잘 맞는 궁합임을 증명하며 부부가 될 수 있었다. 상극인 두 사람이 극적인 화합을 이룬 것이다. 같은 극끼리는 서로 밀어내지만, 다른 극끼리는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다만, 한 가지 주의사항만은 반드시 지키며 산다. <불은 물을 증발시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따뜻하게 물을 데우고, 물은 불을 꺼트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불이 충분히 타오르도록 돕는다.> 이 점을 신경 쓰며 살아야 백년해로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부부는 잘 안다.



지금은 잘 맞아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 로또복권처럼 그렇게 맞는 구석이 없었던 우리 부부는 곧잘 맞는다. 굳이 맞추려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맞고 있다. 더 웃기는 건, 젊은 날의 아내 성격이 지금 내게 와 있고, 내 젊은 날의 성격이 아내에게 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맞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상대방의 성격이 내 안에 들어와 있는데, 어찌 맞지 않을까. 결국 두 사람의 성질이 맞춰진다는 것은, 오랜 마모의 세월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그 긴 세월 동안 자신의 모난 부분을 깎아내며, 서로 다치지 않게 배려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우리 부부는 로또처럼 살고 있을지 모른다. "어쩜, 이리 하나도 안 맞아?" 하면서.






4개나 맞았는데...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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