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년필 - 라미 사파리
목까지 꿀이 가득 차 있으면
소리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고.
소란스러운 사람을 보면
아직 꿀이 덜 찼다는 생각이 들고.
꽃으로 가득 찬 거리를 지나며,
나도 저렇게
꽃으로든 향기로든
좀 더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충만한 사람은 묵직하지만,
묵직한 사람이 다
충만하지는 않다는 반성을 하고.
한 숟가락 정도의 꿀을 얻기 위해
꿀벌은 약 5만 송이의 꽃을 찾는다 하고.
요즘,
꿀을 만들기보다
벌을 부르려 애쓰지 않았나
반성을 한다.
우물의 깊이는 돌을 던져보면 알고
마음의 깊이는 말을 던져보면 안다 했던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동공이 흔들리고 요란한 소리를 낸다면
내가 아직 덜 찼다는 것이리라.
소리쳐 부르는 것에 힘쓰지 말고,
깊은 우물처럼
내 깊디깊은 속마음까지
채우는데 힘써야겠다.
라미 사파리 테라레드 (2021년 한정판) - M 스틸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