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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ul 05. 2023

온도의 불평등

#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




우리가 지금


평등한 온도 속에 산다고 

할 수 있을까. 


더운 김밥 같은 지하철을 

빠져나오는 남자의 몸에 

밥알 같은 땀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남자는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계단에 

그 밥알들을 흩뿌리며 

5층 꼭대기 숙소에 오른다. 


이윽고,


폭염으로 잘 달궈진 

불가마식 단칸방에 몸을 누이며 

마침내 퇴근을 완료한다. 


잠들지 못하는 에어컨 때문에 

밖이 소란스럽다. 


전기료가 무서워 경로당의 에어컨이 

식은땀을 흘린다 한다. 


어르신들이 

따뜻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린다. 


온도의 불평등이다. 


불평등을 완화하는 누진제가 어떻게 

온도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열대야에 잠을 설칠 무렵, 


서늘한 서울역 지하도와 

잎들이 무성한 가로수 그늘 아래 

노숙하는 이들이 땀에 젖은 박스를 편다. 


아니 왜 밖에 나와들 있는 거야? 더워 죽겠는데!


짜증 섞인 여자의 말 너머로 

런닝 차림의 사내들이 모여 

궐련을 꺼내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행인들의 목에 걸린 선풍기에서 

더운 바람이 땀을 흘린다. 


더워 죽을 것 같으니까 나왔지. 

쪽방에는 에어컨이 없으니 나올 수밖에. 


에어컨 실외기가 내뿜는 살기를 피하느라, 

후암동 쪽방촌 앞 공유지에서 

막걸리병을 중심으로 

다섯의 사내들이 부정형의 원을 그리고 있었다. 


평등한 온도를 보장하라, 말하며

실외기의 모습으로

뜨거운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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