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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Jan 17. 2024

원정리 느티나무


여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대에게, 쉼표를. 


언젠가 고향 다녀오는 길에 들렀던 원정리 느티나무를 기억한다. 그 500년 된 그늘에 쉼표처럼 앉아 있던 그대 모습도 기억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긴 문장으로 살아왔다. 많은 일들을 한 문장으로 끝내려, 쫓기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이제 그러지 말자. 사람은 숨을 참으면 죽는다. 짧게 짧게 끊어서, 숨 쉬어 가면서 살자. 원정리 느티나무 아래, 쓸모없는 걱정 다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 군말 없이 받아준 느티나무가 고맙고, 여기까지 잘 따라와 준 그대가 고맙다. 눈물 나게 고맙다.



조정민 목사님 트윗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스물에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돌을 들었고, 서른에는 아내 바꾸어 놓겠다며 눈꼬리를 들었고, 마흔에는 아이들 바꾸고 말겠다며 매를 들었고... 쉰에야... 바뀌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임을 깨닫고, 들었던 것 다 내려놓았습니다. 뭐 들고 계세요? (@ChungMinCho)


음, 내 손에는 아직도 욕심이 들려 있는 것 같다. 세상도, 아내도, 아이들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직 그대로이니그러나 그 바람은 나의 주관적 기준일 뿐이고, 각자 자기의 기준에 따라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인데, 그걸 기다려 주지 못하는 내가 문제인 건 아닐까? 속도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가만히 기다려 주는 일예순을 앞둔 내가 손에 들어야 할 것들이다. 잠시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본다. 수십 년을 숨 가쁘게 지나쳤건만 이제야 앉아 있는 의자가 눈에 들어온다내가 앉아주기를, 의자는 지금까지 기다렸던 게 아닐까.



오아시스에서는 반드시 쉬어야 한다.


사막을 여행할 때 오아시스를 만나면 반드시 쉬어야만 한다. 급하다고 그냥 지나치다간 사막을 다 건너지 못하고 쓰러진다고 한다. 그래, 멈춤과 쉼이 있어야 더 멀리 갈 수 있는 법이다. 사막이나 진배없는 세상을 살 때도 그렇다. 오아시스 같은 게 오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그러자면 오아시스를 눈치챌 수 있어야 하겠지.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오아시스를 만나게 되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쉬지 않고 지나쳐 버린다. 아직 쉴 만큼 힘들지 않아. 이 일만 끝내고 쉬지 뭐. 아무도 안 쉬는데 어떻게 나만 쉴 수가 있지? 놀기만 하는 사람으로 찍히면 안 돼. 이러다 저러다 오아시스 다 지나치고 사막의 끝에 이르러 결국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버리고 만다. 


명심하자. 오아시스는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찾아오는 게 아니란 것을. 예고도 없다는 것을. 사막처럼 각박한 일터에서 때로는 스스로 오아시스를 만들어서라도 쉬어야 한다는 것을. 일과 거리를 두어야 오아시스가 보인다는 것을.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이듯, 일에서 나와야 일도 보이고 쉼도 보이는 것이다. 쉼을 통해서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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