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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Dec 12. 2024

나이 든 청춘


저는 시간이 아주 많은 사람들을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하도 많아서 남은 시간 같은 것은 따져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진짜 젊은 사람들이죠. 그래서 어떤 일에 자신의 전부를 걸 수도 있어요.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



과연,


많다는 것이 남은 시간일까, 남는 시간일까. 시간이 많아도 쓰지 못한다면 많은 게 아닐 것이다. 쓰더라도 나를 위해 쓰지 못한다면 그 역시 많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남은 시간과 남는 시간을 구별 짓는 건 무의미할 것이다. 결국 내가 날 위해 쓰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청춘인 것이다. 나는 과연 청춘의 시절을 살고 있는지.



나이 든 청춘들을 생각한다.


나도 늙은 소년이며 나이 든 청춘에 근접하고 있기에. 나이 든 청춘에겐 남은 시간과 남는 시간이 많다. 나의 시간도 많으며, 온전히 나를 위해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바야흐로 나이 든 청춘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리는 들이, 그것도 700만 이상이나. 삶에 대한 의지와 생존 역량이 높은 그들이 청춘에 재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들은 어떤 일에 자신의 전부를 걸려고 할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보다 노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고. 노인은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부족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갓난아이는 세상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자기의 죽음조차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또 유럽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고. 살았더라면 훌륭한 일을 해냈을 아이의 죽음을 더 안타까워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노인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


저출산 문제는 신경 쓰면서 고령화문제에는 다소 둔감하지 않은지. 태어나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일에 매달려 사라지지 않는 노인들을 보듬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인은 어떻게 노인이 되었는지 생각하자. 그 험난하고 고달픈 나날어떻게 지나올 수 있었는지를. 나이가 들면서도 어떻게 청춘으로 행세할 수 있었는지를. 나도 저들처럼 자몽색 꿈을 향해 자신전부를 걸어보면 어떨지를. 그리고 멀어지는 방식으로 오래 쳐다보는 소멸은 어떤지를.





나이만 들었을 뿐 아직까지 쩌렁쩌렁한 골드스타 라디오, 그는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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