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손은 하얗고 길고 가늘다. 꼭 피아니스트의 손가락 같다. 마주 잡으면 뼈가 마주치며 내 손이 폭 감긴다. 남편도 부자지간 인증하듯 하얗다. 단지 키처럼 손도 작다. 작은 손의 손가락은 통통하게 물 오른 갓난 아기 같다. 잡으면 부드럽고 폭신하다. 체온은 평균보다 조금 높은 편이어서 마주 잡는 상대에게 충분히 따뜻함을 전한다. 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혈관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진다.
아이가 어릴 때는 매 주말 여행을 다녔다. 답답한 것을 싫어하고 스스로가 방랑벽이 있다고 말했다. 여행길에 아이가 앞서 뛰어가고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슬며시 그의 손을 잡으면, 그는 살짝 무안해 하면서도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얼마 못가서 아이가 훼방을 놓긴 했지만 우리 부부의 예쁜 추억이다. 세월에 묻혀 그 감각을 잊고 있었다. 살짝 내비치던 부끄러워 하는 눈빛도, 따뜻한 온기의 부드러운 손도 모두 잊고 지냈다.
오랜만에 잡아 본 남편의 손에는 바늘 구멍과 피멍이 들어 있다. 손의 온도가 써늘하다. 형태는 내가 아는 그 모습 그대로인데 그의 손이 아닌 것만 같다. 냉동치료로 몸 전체의 온도를 떨어뜨린 탓이다. 왈칵 눈물이 쏟는다. 꼭 잡고 나의 체온을 나누어 주고 싶다. 꼭 안아주며 '춥지? 내가 따뜻하게 해 줄께.' 위로하고 싶다. 그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이리 많아 질 줄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항상 받기만 했고 요구하기만 했던 그의 공주님은 혼수상태의 그를 보며 반성한다. 퉁퉁부어 맞 잡기도 힘들어진 그의 손을 보며 가슴에 생채기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