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다

by 완뚜

죽음을 기다리는 일분과 일초의 모순.

빨리와서 고통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조금만 더 곁에 있어 주기를 소원하기도 하는 나는 어긋난 모순을 가슴에 품고 그의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다.

내과 중환자실, 저곳에 그가 있다. 기계에 의지해 미약한 숨을 쉬며 힘들게 마지막을 버티고 있다. 나는 결국 마지막까지 그를 외롭게 혼자 두고 있다. 얇은 유리 문을 사이에 두고 의사의 허락된 시간만 잠시 주어진다. 결국은 혼자 버텨야 하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초조하게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그의 기적을, 혹은 그의 마지막을,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기다린다. '하느님 한번만 도와 주세요.' 못내 억척스럽게 조르며 그렇게 시간을 버티고 있다. 내가 외롭다고 생각했던 결혼 생활은 그의 마지막 숨 앞에서 무너졌다. 모든 것이 나의 착각이었다. 미련한 나는 또 놓치며 깨닫는다. 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

옆에서 내 손을 잡고 있는 아들이 '괜찮아. 엄마.' 라며 나를 위로한다. 나는 전혀 괜찮지가 않지만 괜찮다고 대답한다.

'출입제한구역'
가로놓인 두꺼운 유리문이 이중이다. 저 문만 넘으면 남편이 있다. 힘겹게 버티는 시간, 손이라도 잡아 주고 싶은데 출입제한구역 여섯 글자가 나를 온 몸으로 막고 있다. 나는 출입문만 노려보며 그 안에 있을 퉁퉁 부은 그 남자를 생각한다. 다 가진 듯 잘난 체 하며 살던 나는 철부지 어린 아이일 뿐이었다. 나이 오십 먹은 철부지가 남편의 마지막 길에서 부질없는 허무를 경험한다. 지금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이렇게 무기력 할 수가. 그저 출입문만 노려볼 뿐이다.

노려 보던 출입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온다. 호흡이 느려지고 있다며 우리를 부른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며 출입제한구역이라 적힌 문을 열어 준다. 순간 몸이 휘청한다. 아들이 나를 부축하고 남편을 만난다. 호흡이 낮아질 때마다 우리는 중환자실로 불려 들어간다. 그렇게 다섯 번, 새벽 5시까지 버티던 남편은 그리 귀히 여기던 아들 얼굴 실컷 보았떤 건지 끝내 숨을 멈춘다. 기계음의 한음만이 길게 이어진다. 그 소리만이 가슴에 와 박힌다. 의사가 사망 선고를 한다. 병원 직원이 시신을 데리러 올 동안 혼자 외롭게 두고 싶지 않다. 흰 보에 덮인 그를 옆에서 지킨다. 나의 하늘은 참 강한 사람이었는데 허무하게 무너졌다. 하루도 채 버티지를 못했다. 뭐가 이리 쉬워, 사람 목숨 쉽게 안 끝난다더니 이게 뭐야, 다 거짓말이잖아. 응급실 앞에서 잃어버린 의식이 한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그의 목소리 한번 듣지 못하고 거친 숨소리 한번 듣지 못하고 보냈다. 억울하다. 어떻게 이렇게 쉽지. 어떻게 이렇게 쉽게 거두어 가실 수가 있지. 보시기에 너무 예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쉽게 거두어 가시다니. 남아 있는 우리는, 나는, 아들은 어쩌라고 이러시는 거지. 나 이제 어떻게 하지. 이남자의 부제는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나의 하늘이 기어이 무너졌다. 무너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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