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에 나는,

by 완뚜


풍성하던 잎이 다 떨어졌네.

아침부터 바람은 차고 하늘은 흐리더니 비가 온다. 출근길이 이유없이 우울하다. 이유가 없는 게 맞긴 한 지.

온통 흐린 하루가 지겹게도 느리게 흘러 간다. 오랜만에 내린 비는 겨울을 부르는 비였나 보다. 지나간 비를 따라 스산한 바람이 불어 자못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 중이다.


점심식사후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한 하늘은 서로 경쟁하듯 자기 영역 싸움 중이다. 흐린 회색빛이 결국 푸른 하늘을 이겨 먹은 모양이다.


사무실에 도착했을때는 곳곳에 전등을 켜야 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책상에 앉아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본다.


'결혼 기념일'이 알람과 함께 반짝인다.


뜨끔함을 숨기며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본다. 나무의 그 많던 잎이 달아나고 나무가 추위에 떤다. 바람을 따라 떨고 있는 나무가 어둠에 가라 앉는다.


내일은 납골당에 다녀 올 예정이다. 이렇게 춥지 않기를 기대한다. 따뜻한 가을 볕이 반겨 주면 기분좋게 다녀올 예정이다. 아마도 나의 계획은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바람 스산한 오늘이 내일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결혼 19주년, 그를 잃은 지 일년하고도 59일째, 그리고 그가 없는 두번째 결혼기념일에는 조금은 가볍게 그를 만나러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랬었다.

어제까지는.


계획처럼 되는 일은 없었다. 매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