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데로

by 완뚜

일년을 넘어갈 때부터 였다.

이제 더는 울어도 슬퍼해도 안 될 것만 같았다. 누군가의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청승맞아 보였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 같았다. 내가 한없이 초라해지는 느낌이었다. 동정도 싫었다. 그래서 가면이 필요했다. 튼튼해서 쉽게 무너지지않는 가면.

대부분의 순간에 그 가면은 튼튼하다. 제 역할을 잘 해낸다. 속은 아파서 숨쉬기도 곤란해질 때 조차 제 역할에 충실하다. 남의 일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속이는 것은 의외로 쉽다.


오늘처럼 무너지는 날은 나도 포기다. 참고 웃고 괜찮아지려 발버둥치는 것조차 힘겹고 귀찮은 오늘 같은 날, 날은 화창하고 매사는 무난히 돌아가고 있고 비교적 평화로운 오늘같은 날.

자기 바퀴를 열심히 굴리느라 바쁜 사람들 틈바구니에 그만 없는 오늘 같은 날.

더위를 타는 내가 첫 더위에 파김치 되어 있을 때 장난처럼 전화걸어 에어컨 켰는지 확인하던 그의 전화가 영원히 먹통 되었음을 깨달은 오늘 같은 날.


나는 슬프다. 울고 싶어서 소리죽여 흐느끼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 문득 깨닫는다. 지금 나는 혼자 텅빈 집에서 숨죽여 흐느낀다. 들을 사람 하나 없는 빈공간에서 소리죽이다 깨닫는다. 혼자구나.

펑펑 소리내어 울어도 되는 혼자구나.

소리를 내어본다. 공허하게 더 크게 귀에, 박힌다. 혼자서 뭐 하는 짓인지. 그래도 속으로 삭이는 것보다는 소리라도 지르다보면 그러다보면 체증같은 슬픔이 조금은 내려가겠지. 그렇게 되겠지. 그래 뭐 누가 들으면 어때, 울자. 소리나면 소리나는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