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좀 더 현명해야 할 것 같고, 관대하며 삶의 균형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지.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는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나는 어리석고 무지한 아줌마였다.
오늘만 견디면, 내일은 나아지겠지. 이시간이 지나면 내일은 나를 위해 준비된 삶이 기다릴거야. 그러니 나는 이 시간을 견디어 낼 수 있는 것이야. 그런 착각 덕분이기도 할테다. 지금까지의 시간을 견디어 내는 힘의 원천은 바로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가오던 그 수 많은 미래가 정말 찬란하고 아름다운 약속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였을까.
오늘과 같은 내일은 다시 오늘이 되었고, 수많은 미래가 모여 나의 삶이 되었듯이 기다리는 미래도 결국은 오늘과 무엇이 다를까. 여전히 무지하고 여전히 철부지이며 여전히 허무맹랑한 기대를 하는 수 많은 하루를 또 여전히 살아간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계획해 둔 삶대로 살아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 하루 하루를 최선으로 살면 되는 것이라고. 그렇긴 하더라. 살아보니 그렇더라. 단 한번이라도 계획대로 된 적이 있었나? 이제야 나는 허무맹랑했던 기대를 내려놓는다. 이것이 나이가 들어가며 깨닫는 진실일까.
어찌되었든 기대만 부풀었던 행복에의 염원은 빛이 바래고 이제는 저렴한 맛집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어울림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의 수다가 소소한 행복이며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는 것을 안다. 작은 행복이 모여 내 근간이 행복해 짐을 안다. 그러니 나이든다는 것은 아마도 큰 것을 포기할 줄도 알고 작은 것에 기뻐할 줄도 아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
오늘, 수십년 만나기 힘들었던 동창들을 만났다. 아둥바둥거리며 자식건사하느라 안부마저 뜸하던 그들이 나이를 먹고 빈자리가 많아지자 서로를 찾는다. 이것도 충실했던 우리 삶의 열매일테니. 그랬으니 이 시간이 이리 달콤한 것이 아닐까.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아직 내 곁에 남아 있으니 이만하면 잘 살았다. 남은 시간도 이리 살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