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년도 더 전에 만나고 사는 게 바빠 잊고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삶의 길로 들어섰던 우리는 간간히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소원해졌다. 이제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된 친구들은 여전히 까르르 넘어가던 여고생의 모습이다. 도서관에 모여 공부는 안하고 가위바위보로 순위를 정해 그 당시 최애 식품이었던 공장에서 나온 소보로빵을 사먹고는 했었지. 이 친구들이 생각날 때면 언제나 소보로빵이 생각 날 만큼 많이도 먹었었다. 수십년만에 여고동창생들을 보니 세월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오랜만에 나온 산길을 달리며 마음에서 산들바람이 분다.
나이를 거꾸로 지나는 기분이다. 약속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어려지는 마음이 낮설다.
어제 본 친구처럼 서스럼없는 만남, 편안하다.
맛난 점심도 따뜻한 커피도 맛도 모르게 넘어간다. 수다 삼매경이 오늘의 메인이다. 밀린 살아온 이야기는 조금 남겨두기로 한다. 이제 남은 시간들을 공유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