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사이트는 내 오랜 친구다.
빈약한 주머니 탓에 들끓는 욕구를 눈팅으로 충족시키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백화점은 다리도 아프고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반면 중고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수두룩히 중고로 판매되고 있는 모양을 보다보면 한풀 꺾이는 욕구를 실감한다. 뿐만아니라 어디서 보도듣도 못한 물건들도 다양해 신기한 백과사전을 보는 기분이다. 내놓은 물건들로 그 주인의 취향이나 감각까지도 엿볼수있으니 참으로 다채로운 놀이터다.
가끔 집에서 쓰기에는 그렇고 이제 내다버리려니 너무나 아까운 물건들이 생기는데 이런 경우에도 중고거래사이트는 맹활약을 한다. 나눔이라는 두글자 단어 하나에 연락은 끊기지 않으니 필요하지만 사기는 아까운 그런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은 게다.
처음 나눔은 아이의 옷이었다. 끔찍히 사랑하는 늦게 본 아들이라 남편은 좋은 옷만 입히고 싶어했고 작아져 못입는 옷은 아깝기 그지없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고도 남는 옷들이 생겨 어쩔까 할때였다. 중고거래사이트에서 형편이 너무 어렵다고 남자아이 옷이 필요하다고 나눠 주실 분을 찾는 것을 보았다. 속는 셈치고 연락을 해 주소를 받았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더니 돈도 없다고 택배비를 대신 내어달랐다. 이왕 마음먹고 나누는 것이니 이번에도 속는 셈치고 택배비까지 내고 보내주었다. 마음은 설마설마 했지만 속이는 사람이 나쁜사람이니 나는 내 할 도리만 하면 된다 싶어 마음을 비웠다.
그후로도 쓸만한 물건이 있으면 나눔을 자처해 오고 있지만 매번 좋지만은 않았다. 무료나눔이 고맙다며 가져다 준 날짜 지난 우유라던가 집에서 쓰지않는 다이어리 같은 것을 주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차라리 고맙다는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좋지 않을까.
오늘은 며칠째 집을 뒤집고 정리 중이다. 저렴한 옷걸이로 옷방을 꾸몄더니 지저분해보여 결국 붙박이장을 주문하게 되었다. 최근에 구입했던 옷걸이가 애물단지가 됐다. 사진을 찍어 나눔사이트에 올렸더니 문자가 계속 들어온다. 일등으로 연락온 분께 연락해서 가져가시기로 했는데 본인은 사회복지사이고 본인이 돌보는 장애인이 쓸거라며 혹시 다른 물건도 있으면 나눔해 달란다. 필요한 곳에 가니 잘 되었다 싶으면서도 돌아다니며 더 나누어 줄 것을 찾는다. 거짓이든 진실이든 누군가가 내 호의를 받아 사용하게 된다는 게 좋아서 앞뒤 재어보지 않는다. 세상 편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그런거 아니겠나? 재지않고 느낌대로, 첫 마음 먹은데로 그렇게 하면 미련 또한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매번 그러하였으니 오늘도 그러하겠지.
이방 저방 벽장을 뒤진다. 잘 쓰지 않는 마스크, 삼퓨 같은 것을 챙긴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속아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