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완뚜 Aug 05. 2022

나를 죽이는 어떤 짓

가끔 그럴때가 있다.

커다란 tv 화면 속 어느 한 귀퉁이에 앉아 소소한 일상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있는 듯한 느낌 말이다.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고 나는 그들을 관찰한다. 그들의 삶과 현재의 상황을 상상하고 부러워하다가 여전히 혼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나를 느낀다. 그럴 때면 지독한 두려움이 몰려온다. 마치 영원히 갖혀 버릴 것만 같은, 소외되고 외로운 나를 본다.


이 커다란 화면 속에는 행복한 가족만 있다. 성공하고 즐거운 사람들만 있다. 내가 빠진 이곳은 상상 속에서 천국처럼 아름답다. 서로를 쳐다보는 따뜻한 눈빛, 배려하는 태도 그 모든 것이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럽다.


오늘도 복잡한 은행의 대기 행렬 속에서 모퉁이 의자에 앉아 사랑 가득한 낙원을 상상한다. 대기순번을 알리는 기계의 날카로운 울림조차 나를 깨우지 못한다. 내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 부럽다.  오늘따라 아프던 다리는 더 아프고 정신도 맑지 않고 머리는 깨질듯한 편두통이 지배한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끝도 없는 생각으로 머리가 무겁다.

오늘도 상상으로 나를 죽이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아지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