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잦아졌다. 온종일 휴대폰이 손에 본드를 붙인듯 붙어있다. 사소한 검색부터 장보기까지 안해주는 일이 없다. 스마트폰으로 바꾼후 노트북 켜는 일 조차 없어졌다. 남편을 졸라 고급사양으로 비싸게 주고 산 나의 애장품이었던 녀석은 지금 어느 구석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유시간은 온통 sns로 타인의 여가시간을 검색하거나 독서를 한다. 참 편해졌다. 책조차 휴대폰으로 본다. 종이책으로 볼때보다 편해진건 분명한데 집중도도 떨어지고 책장 넘기는 맛이 없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덮인 책의 뒷면을 바라보며 해냈구나하는 뿌듯함이 없다.
어쨌든 오늘도 손과 휴대폰이 착붙하고 있다. 빠른 배송을 자랑하는 쇼핑몰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다가 나의 취향을 너무 잘 아는 인터넷이 부리는 마법에 홀딱 넘어갔다. 쌀을 주문하던 손이 어느새 옷을 주루룩 열어본다. 역시 내취향이 나열 중이다. 마음에 드는 옷을 검색하고 상세내용을 확인한다. 원단 형태까지 사진을 확대해서 본다. 나의 사이즈는 이미 오래전 머리속 데이터에 정리되어있다. 한두번해 본 쇼핑이 아니다. 직접 발품 파는 것보다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고 판매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보니 순식간에 몇개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이차로 담겨진 장바구니 품목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고르고 고른, 최대한 절제한 후 선택된 것들을 체크한다. 이후 클릭 한번에 결재완료. 수초후 은행 잔고가 줄어드는 소리가 알람으로 뜨고 또다시 접수완료를 알리는 문자가 날아온다. 오늘도 한건했다.
물건을 받았다.
오랜시간 살펴보고 사진을 확대해보고 비교적 냉정하게 내 신체상태를 상상하며 입혀보기도 했던 옷은 비닐포장이 된 상태로 문앞에 버려져 있다. 기쁜마음으로 들어보면 대부분이 내가 상상한 것보다 가볍고 부피도 작다. 일차적 실망이다. 여름철 옷은 이렇게 작으면 실패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겨울옷은 무거우면 실패이다. 나의 경험치이다. 비닐을 개봉하고 옷을 꺼낸다. 인터넷 쇼핑의 단점, 옷이 마구 구겨진체 나에게 인사를 한다. 탈탈 털어서 거울앞의 내 몸에 대어본다. 이차 탈탁. 분명 모델핏도 봤고 사진도 확대하고 최악을 상상해보며 고민 끝에 선택했는데 역시 모델과 상상속 내 몸과 현실의 나는 완전 다른 세 사람이었다. 오늘도 나의 상상은 과했다. 이과정을 몇번을 거쳐도 내 머릿속 지우개는 또 지워버리고 휴대폰을 들면 유혹하며 던지는 미끼를 물어버린다. 미친거지. 쇼핑몰에서 옷을 검색하고 상상하고 집문앞에 도착해 내 손으로 비닐을 뜯어내는 그 이삼일의 시간이 행복했다. 그 시간의 비용으로 과하긴 하지만.
다음에는 빠른 배송말고 한달정도 걸리는 직구 의류를 구매해야 하나? 한달정도 상상의 늪에 빠져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도 쇼핑은 폭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