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은 5분차이로 지각을 할 수도 있는 분초를 다투는 전쟁이다.
나의 출근길도 다른이들과 다르지 않다. 다행히 마의 구간은 한곳이라 비교적 지각은 면하고 있다.
마의 구간, 그곳은 이차선 고가도로 위에서부터 시작된다. 어김없이 오늘도 이 고가도로위에 줄을 선다. 고가도로 끝지점이 교차로이다보니 대여섯번의 신호를 받으며 느리게 지나가게 된다.
교차로 위는 차선 변경이 불가능하고 교차로에 근접해야 차선변경이 가능해진다. 교차로에 가까워지면 일차선은 좌회전, 나는 이차선에서 직진으로 통과한다. 좌회전보다 월등히 직진 차량이 많으니 줄을 쓰고 시간을 보내게 되는거다.
매번 생각하는거지만 왜 매일 다니는 길인데 일차선을 달려 사거리 근처에서 무리하게 이차선으로 끼어드는 차가 저렇게 많은 걸까. 나는 왜 이렇게 긴 줄에서서 시간을 보내며 저들의 선택을 비난하고 있을까. 나도 저 줄로 달린다면 긴줄 끝에 꼬리를 달고 신호등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앉아있지 않아도 될텐데.
만약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두사람 중 한사람은 일차선, 한사람은 이차선을 선택한다면 둘의 아침 풍경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겠다. 양심과 교통법규를 준수하던 이차선의 그는 지각을 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직장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일차선에서 빠르게 새치기를 하던 사람은 무사히 출근하게 된다면 그는 아무일도 없이 심지어 긴줄에 서서 짜증을 만들지도 않고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도 있다. 자기의 선견지명을 칭찬하면서. 그렇다면 이런 선택의 결과는 누구의 잘못인가.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잘한 일에 즉각적인 시상이 주어진다면 달라질까. 매일 양심을 지키느라 이차선에 대기하던 사람처럼 질서를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그의 선의는 인생 통장에 적립되어지고 있기는 할까. 선과 악, 질서와 위반 사이에 고집스럽게 질서와 규칙에 집착하는 바보같은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이 맞기는 할까. 손해를 보고 사는 게 손해를 입히는 것보다 좋은 삶인가.
고가도로 이차선에 줄지어 선 차들이 언제 빠질까 살피며 온갖 잡생각에 빠진다. 이상하지만 어려운 질문만 한가득이다. 인생이 참 어렵다.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