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단축 근무날이다. 일년에 한두번 있는 날. 계획에 없던 몇시간이 지루하다. 시간의 여유가 많아지니 어제만해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겠다며 계획을 세웠다. 아이와 미술관이라도 다녀올까, 미뤄둔 병원에 다녀와야하나, 다음달부터 시작하기로 계획한 운동 등록하러 갔다올까 등등.
정작 당일이 되었다. 불면증 심했던 나는 며칠전부터 맞은 한의원의 침 효과인지 모처럼 숙면을 취하고 늦은 기상을 했다. 머리속으로는 끊임없이 뭐부터할지 순서를 정하고 출발 시간을 계산한다. 누워서 등과 소파가 한몸이 되었다. 그나마 침대는 탈출했으니 다행인건가. 시간은 흘러가고 계획표 첫줄부터 하나씩 지워진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다. 모처럼의 여유시간은 무료함을 동반한다. 뒤로 밀린 수십가지 일거리는 다시 밀려나는데 정작 무료해서 먼산을 본다. 오랜만에 베란다로 보이는 먼산은 또 왜 저리도 이쁜건지. 아! 여행가고 싶다.
머리속은 계속 잡다한 계획과 희망사항으로 가득해진다.
그런데 노는 날의 시간은 두배로 빠르게 흘러가는 마법에라도 빠진건가. 벌써 출근시간이 다가왔다.
쯥, 출근 준비할 시간이다.
한것도 없고 쉬지도 못하고 뭐한건지. 머리가 무겁다. 오늘도 근무는 찌뿌둥하게 할 수 밖에 없겠다.
젠장, 미치겠네. 시간 관리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