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양말

by 완뚜


출근준비를 하다 양말 서랍에서 갈색 양말을 발견했다. 묵직한 둔기로 심장을 누르는 감각에 침을 삼킨다. 갈증이 인다. 마른 눈이 찡하다.


2년이 흘렀다. 남편이 응급실 앞에서 쓰러지고 정신없는 가운데 입구에서 접수를 마치고 나니 결재완료한 카드 영수증과 갈색의 새 양말 한 켤레가 내 손에 쥐어졌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그날 밤을 지나고 중환자실앞 대기실에서도 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와서 넋을 놓고 있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짐을 정리하다 양말을 발견했다. 하루만에 병원 응급실에서 남편과 바꾸어 온 양말이다. 목 언저리에 병원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양말에 정신이 혼란해졌다.


아침 출근시간, 서랍 한켠에서 발견한 갈색양말이 소름끼쳐서 조심스럽게 펴 보았다. 휴, 숨이 빠져 나간다. 글씨가 없다. 몇달 전 눈에 띄었던 그 양말을 쓰레기통에 쳐박아 넣으며 울분을 토했던 생각이 났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야 버렸구나 기억이 났다. 비슷한 양말에 숨이 멈추고 머리가 어수선해진 내가 어처구니 없지만 심장은 이미 내려 앉아 버렸고 기분도 함께 무너져버렸다. 저 갈색 양말도 자꾸 구석으로 밀어넣어 뒀던건데 버려야 하나 잠시 고민한다. 출근이 바쁘니 빨리 마음을 쓰다듬으며 집을 나선다.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자꾸 생각이 널뛴다. 남편과 바꾼 갈색양말. 병원에서는 입원용으로 사용하라고 줬을 것 같은 양말이 누구의 발에도 신겨지지 못하고 버려졌다. 밤새 앓던 남편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옷을 입혀주고 양말을 신기다가 퉁퉁부은 발에 억지로 양말을 끼우며 겁을 먹던 그때가 겹쳐진다. 양말 한 켤레가 내 심장에 칼이 된다. 이즈음, 남편을 데려간 잔인하기만 한 9월, 추석까지 겹쳐 더 슬픈 9월에 갈색 양말마저 내 심장에 참견질을 해대니 슬프지 않는 것이 이상하겠지.

젠장. 퇴근하면 서랍속 갈색양말부터 버려야겠다. 원인의 싹을 미리 치워버려야겠다.


그런데 9월은 어떻게 도려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