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by 완뚜

뭐 이런 남자가 있지?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도.

오늘도 한 건이 나왔다.
2년 전 시부모님이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가 다치셨는데 그 사고 처리를 지금까지 하고 있었다. 이 남자의 뇌 용량은 어디까지였을까? 남들은 좋지 않은 의미로 까도까도 자꾸 나온다고 하는데, 이 남자는 까도까도 남을 위해 움직였던 일이 자꾸 나온다. 드러나는 봉사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본인과 연관된 지인에게는 어떤 일도 발 벗고 나서 본인의 일처럼 처리했다. 떠난 뒤 남겨 둔 그의 휴대폰 속에서 그의 흔적을 찾아내는 중이다. 기계 다루는 일이 미숙한 그는 휴대폰 속에 구입 후 행적을 고스란히 남겨 두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 보니 이제까지 내가 알던 남자와는 사뭇 다른 남자였다. 알던 것보다 더 괜찮은 사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깨달음에 나는 좌절했다. 나는 도대체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던 거지? 조금 더 잘 해 줬어도 아깝지 않을, 진작에 알았다면 많이 아껴줬을 그런 남자라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와 나를 할퀸다. 진작에 알아챘더라면 더 많이 자랑스러웠을텐데. 아니다. 진작 알았다면 쓸데없는 일에 매달린 그를 원망했으려나?


그 남자는 이런 사람이었다. 형제가 많아도 부모 일은 모두 자신의 몫, 혼자 사는 동생 일도 모두 자신의 몫, 지인 중 누군가 가게를 오픈해도 내 일처럼, 누군가 사고가 나면 열 일 제쳐 두고 뛰어 가는 사람, 회사 동료가 퇴사를 해도 계속 안부를 묻고 근황을 알아 보고 걱정을 하는 그는 필시 천사의 환생이었나 보다. 그 와중에 처갓집 조카들 챙기랴, 장인 장모 챙기랴 너무도 바빴던 남자였다. 그래서 하느님도 그가 필요하셨나 보다. 아니다. 내가 알아보지 못해 거둬가신 모양이다. 그럴 줄 알았으면 일을 조금만 줄여 줄 걸 그랬다. 떠나기 전 며칠 동안은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있었다. 내가 갱년기로 치부해 버렸던 그의 피곤이 사실은 그에게 벅찬 삶의 몫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내 남자의 고단함이 새삼 사무친다. 한약을 사 먹으며 버티던 그의 마지막 피로가 가슴을 치게 만든다.

미안해.
당신이 천사인 줄 몰라봐서 미안해.
당신의 짐을 나누지 못해서 미안해.

그곳에서는 이제 피곤하지 않지? 이제 남의 일은 그만하고 편하게 쉬어. 당신만 생각하고 당신만 아끼면서 그렇게 기다려. 이런 당신이라서 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