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꿈 망각

by 완뚜

침대 한쪽에서 몸을 말고 잠이 들었다. 50일째 나는 남편의 공간을 남겨 두고 있다. 왠지 침범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의 공간으로 침범하는 순간 부재를 인정하게 될 것이고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51일째, 불현듯 깨닫는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임을.

침대 중앙에 큰 대자로 누웠다. 키가 작은 내가 큰 대자로 뻗으니 너무 넓다. 이렇게 넓은 침대였다니. 좋다. 편하다. 걸리적거리는 게 하나도 없다. 좋은데 눈물이 난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밤이 될 것 같다. 편한데 편하지 않다.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하다. 오늘은 마음이 승리! 시계는 참 더디게 돌고 있다. 아직 2시 13분. '자야 한다. 자야 한다. 자야 한다.' 넓은 침대에 큰 대자로 뻗은 여자가 주문을 왼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작동을 시작했다. 망각이 시작되었다. 분명 겪었고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에, 심장에 콱 박아 넣었던 남편의 죽음. 그런데 남편이 떠난 지 52일째, 뜬금없이 그를 기다린다. 지난 50일이 낯설고 현실 같지가 않다. 긴 잠에서 이제야 깨어난 듯이 기지개를 켜며 남편을 기다린다. 믿기지 않는다. 그가 죽다니! 이렇게 쉽게 내 옆에서 달아나다니! 아닐거야? 다 꿈이겠지? 몰래카메라인가? 짓궂은 남편의 장난인가? 뭐지? 이렇게 긴 꿈은 재미가 없는데. 꿈속에서 울면 눈이 붓고 못생겨지는데. 이 꿈은 왜 깨지가 않을까?
최면을 걸 수만 있다면, 손가락을 들고 빙빙 돌리며 "돌아와라. 돌아와라." 주문을 외울텐데.

남편이 왔다. 응급실에서 사라진 그가 내 심장에 둥지를 튼 지 52일째, 헛된 망상으로 스스로 괴롭히는 내가 못마땅했던지 심장에 크게 한 방 먹이며 '나 여기 있거든.' 한다. 한 방 먹은 심장이 후끈 아프다. 너무 힘껏 맞았나 보다. 꽤 오랫동안 아픈 진동이 온몸으로 퍼진다.


"미안, 정신 붙들고 있을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