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했다. 그 어느때 보다 더 간절히.
마음의 평정이 절실했기에 기도에 매달린다. 살아야 하기에 매달린다. 제발 도와 달라고 떼 쓰고 울부짖는다. 그를 잃은 것은 어쩌면 한 발 늦은 기도탓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기도란 다시는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은 어리석은 몸부림이다.
요즘은 매일 기도한다. 신앙인이 된지 35년만의 일이다. 그렇게라도 기대를 걸어야 조금이라도 숨이 쉬어질 것 같아 나는 오늘도 기도를 올린다. 출근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성전으로 향했다. 하느님의 발치에 처연히 앉아 기도를 올린다. 근사한 기도문 하나 생각나지 않는다. 도와달라고 제발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가 필요하고 이제는 불행을 버틸 인내가 고갈되었기에 만약 남은 불행이 있다면 제발 도와달라고 나는 기도한다. 아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아이의 마음 속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도와주세요.'만 수십번 되뇌이다 돌아 나왔다. 알고 계시겠거니 하는 속세적 판단이다.
하루를 버티다보면 그를 잊고 정신없이 움직인다. 늦은 저녁, 퇴근길에 정체되는 자동차 행렬에 갇히면, 바빴던 머리는 할 일 없이 멍해지고 빈 공간을 그가 차지한다. 지쳐서, 힘들고 고단해서 그의 위로가 필요한데 진짜 위로가 필요한 지금 그가 없다니. 갑자기 바뀐 내 인생이 억울해서 나는 입술을 깨문다. 억울해서 미치겠다. 내가 왜? 내게 왜?
밤 늦은 시간, 사무실에 혼자 남아 일주일 분을 마감하는 중이었다. 술 냄새 풍기는 아저씨가 갚자기 들어섰다. 방금 신자분들이 사라진 터라 미쳐 사무실 문을 잠그지 않은 나의 불찰이다. 덩치는 산만하다. 손에 쥐고 있던 카드 여러 장을 보여 주며 이야기 좀 하자고 한다. 보여주는 것은 복지카드이다. 본인이 배가 고프다며 도와 달라는데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험악하다. 네가 내 말을 거절할 수 있나 보자는 표정이 역력하다. 큰 금액의 현금을 정리하고 있던 나는 슬그머니 책상 밑으로 숨기며 어찌할 바를 몰라 머리를 굴린다. 마침 사무실 전화가 울린다. 제발 신부님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는다. 신자분의 문의 전화다. 질문에 건성 대답하며 휴대폰으로 눈치껏 신부님께 전화를 걸어 무조건 빨리 내려 오시라고 말씀드렸다. 아저씨는 눈을 부라리며 둘이 얘기하면 되지 왜 신부님을 부르냐고 한다. 손이 덜덜 떨린다. 작은 부주의가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 다행히 신부님이 달려 오셨고 꽤 오랜 시간 옥신각신 하다가 아저씨를 돌려 보냈다. 아저씨는 한참을 사무실 문앞에서 버티고 있었다.신부님이 가시면 다시 들어올 요량인듯 보였다. 아저씨는 술값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얼른 사무실 문을 잠궜다.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컴퓨터도 껐다. 그런데 발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혹시 주차장까지의 길에 숨어 있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에 심장이 요동치고 아직도 손끝은 시리고 떨린다. 몇분간 대기하며 시간을 죽이다가 겨우 용기를 낸다. 좀전에 내린 비 덕분에 가져다 둔 우산을 손에 쥔다. 차까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갔다. 빨리 차에 올라 문을 잠근다. 우산을 쥔 손에 쥐가 난다. 바보 같아서 속이 상하다.
남편이 필요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하면 정신없이 달려와 줄, 그래서 나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리고 갈 남편이 필요한데 그가 없다. 어쩌지? 이보다 더한 일이 생길 땐 어쩌지? 그가 없는 앞으로의 내 삶이 두려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엉엉 소리가 기어이 목으로 올라 오고야 말았다.
"주님 제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 속에 만들어진 지옥을 걷어 주세요. 그거면 저는 족합니다. 주님 저의 지옥이 너무도 뜨거워 타 죽을 것만 같습니다. 도와주세요. 제발."